문재인 정부의 장차관 등 인사가 발표되자 대구경북에는 ‘TK(대구경북) 홀대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새 정부에서 일하는 게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 “지역을 대변할 창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걱정한다.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낮았던 데 따른 불이익이 있지 않겠느냐는 짐작에서다.
지역에서는 자기 지역 출신이 고위직이나 요직에 있으면 예산 확보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반적이다.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아무래도 일하기가 편하다는 이유다. TK와 인연이 깊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TK 출신이 청와대와 중앙부처에 상대적으로 많았다.
TK가 성장하려면 지연(地緣)에 매달리는 구태를 뛰어넘어 자생력(自生力)을 키우는 노력이 절실하다. 대구시나 경북도는 오랫동안 지연을 활용해 지역 발전을 꾀하려는 방식에 익숙했다. 이렇게 해서는 진정한 실력을 키우기 어렵다. 한 중앙부처 간부는 “대구경북은 아는 사람을 통해서 일을 편하게 하려고 하는 데 비해 호남 지자체들은 치밀하게 준비해서 성과를 내려고 하는 자세가 있다”고 했다. TK로서는 깊이 돌아볼 점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지연을 활용해 일을 하려는 방식은 이미 시대에 맞지 않다. 그런데도 여전히 ‘토종TK’ ‘서울TK’ 등으로 분류하면서 지연에 매달리는 분위기는 대구경북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폐쇄적인 지역이라는 이미지만 굳어지게 할 수 있다. 개방적인 실력사회의 흐름과는 반대다.
지연이 있다고 안 될 일이 되고 지연이 없다고 될 일이 안 되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 실력은 뒷전이고 고향 사람 찾아 이리저리 다니면 “TK는 아직도 저렇다”는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하지 않을까. 지연이 아니라 실력을 바탕으로 현실과 대결해야 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공직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실력으로 성과를 내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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