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초라하게 느껴져 마음이 아팠는데 늦게나마 이렇게 기릴 수 있게 돼 기분 좋습니다.”
고 정종수 경사(1935∼1968)의 장남 정창한 씨(61)는 행사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흉상에 씌워진 흰 천을 잡아당겨 아버지 정 경사의 ‘모습’이 드러나자 울컥 입매가 일그러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5일 오전 종로구 청운동 자하문고개 현충시설에서 ‘1·21사태’ 때 북한 무장공비와 교전하다 숨진 정 경사를 추모하는 흉상 제막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정 경사의 장남 정 씨를 비롯한 유족 8명과 김정훈 서울경찰청장, 김기현 대통령경호실 경비안전본부장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흉상은 서울경찰청과 서울시재향경우회, 서울북부보훈지청이 함께 제작했다.
1968년 1월 21일 종로경찰서 순경이던 정 경사는 청와대를 습격하러 인왕산을 넘어온 북한 무장공비 31명을 저지하다 순직했다. 김신조를 비롯한 무장공비들은 현재의 청운실버센터 자리에서 경찰이 검문을 하려 하자 외투 속에 감춰둔 기관단총을 꺼내 난사했다. 총격을 받아 숨진 정 경사는 경사로 1계급 특진(지금은 순경 다음 계급이 경장이지만 당시엔 경사)돼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당시 숨진 경찰은 종로경찰서장이던 최규식 경무관과 정 경사, 두 명뿐이다. 최 경무관의 동상은 1·21사태 1년 후인 1969년 세워졌다. 이날 정 경사의 흉상이 세워진 바로 옆이다.
장남 정 씨는 “같은 일을 하다 순직했는데 (고 최 경무관과 달리) 동상도 없고 초라해 어릴 땐 창피했고 커서는 마음이 아팠다”며 “늦게나마 당당하게 기릴 수 있게 해주신 경찰 및 보훈처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이번 제막식을 계기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경찰관들이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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