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날리고 감성은 채우고… ‘푸소(FU-SO) 체험’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전남 강진군 ‘민박 문화체험’ 인기

5월 31일 전남 강진군 성전면 도림마을 푸소 체험 농가를 찾은 서울 청운중 학생들이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이틀간 농가에서 지낸 학생들은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면서 시골의 풋풋한 정을 느꼈다. 강진군 제공
5월 31일 전남 강진군 성전면 도림마을 푸소 체험 농가를 찾은 서울 청운중 학생들이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이틀간 농가에서 지낸 학생들은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면서 시골의 풋풋한 정을 느꼈다. 강진군 제공
지난달 31일 오후 전남 강진군 성전면 도림마을. 마을 어귀에 자리한 조종현(73) 반향옥 씨(72·여) 부부의 집에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푸소’ 체험을 하러 온 학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다. 농가에서 하루나 이틀 밤을 지내며 시골의 정서와 감성을 경험하는 전국 유일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날 조 씨 부부의 집을 서울 종로구 청운중 2학년 학생 5명이 찾았다. 학생들의 표정은 마치 시골 외갓집에 놀러온 듯 즐거워 보였다.

반 씨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사이 학생들은 조 씨와 함께 과수원에서 감나무 가지를 끈으로 묶는 일을 도왔다. 해질 무렵 마당에는 반 씨가 정성껏 준비한 밥상이 차려졌다. 집 뒤편 대나무밭에서 기른 토종닭으로 만든 볶음탕과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감자전이 상에 올랐다. 두릅과 머위나물 갈치젓 갓장아찌 등 맛깔스러운 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지자 학생들은 밥 한 공기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비웠다.

○ 푸근한 정 느끼며 소중한 추억 쌓아

전남 강진에서 푸소 체험을 한 학생들이 농가에 보낸 감사 편지.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에서 푸소 체험을 한 학생들이 농가에 보낸 감사 편지. 강진군 제공
푸소는 ‘덜어내시오’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의미다. 숙박만 하는 기존 민박과 달리 시골집에서 주인과 함께 지내며 푸근한 정을 느끼고 강진만의 문화를 체험하는 ‘감성 농박(農泊)’이다.

강진군의 푸소 체험이 새로운 농촌 관광 트렌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6일 강진군에 따르면 올해 들어 푸소 체험을 했거나 예약한 각급 학교 학생과 공무원은 7064명. 3년 전 광주전남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푸소 체험이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는 수도권 학교와 단체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푸소 체험은 첫날 ‘영랑감성학교’ 교육에서 시작한다. 영랑 생가에서 3, 4시간 동안 연극과 오페라, 바이올린 연주, 도자기 만들기 등을 통해 감성을 키운다. 영랑의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의 배경인 돌담길도 직접 걷는다. 오후에는 농가나 어가를 찾아가 저녁부터 이튿날 점심까지 삼시 세 끼를 해결한다. 경운기를 타고 고구마나 도라지를 캐고 마늘을 심고 버섯과 콩을 수확한다. 날이 저물면 방에서 새끼줄을 꼬며 짚공예도 배운다. 다음 날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기거했던 다산초당과 기념관을 둘러보고 강진군 유일의 유인도인 가우도 둘레길을 걷는다.

2박 3일 동안 푸소 체험을 한 이준우 군(16·청운중 2학년)은 “텃밭에서 딴 상추로 쌈을 싸먹고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마실도 갔다”며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고 학업 스트레스도 날려 보내는 힐링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푸소는 청소년 인성을 키우는 새로운 체험학습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성규 청운중 교사(58)는 “어른은 그리운 유년시절을 떠올리고 학생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참교육의 장”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체험 농가에 편지를 보내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최근 1박 2일 일정으로 푸소 체험을 한 광주 경신여고 1학년 정지윤 양(17)은 “할머니가 헤어질 때 ‘줄 게 이거밖에 없다’며 싸준 표고버섯 꾸러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영랑 생가와 강진오감통에서 본 감성 오페라도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적었다.

○ 그린 투어리즘의 성공 모델

푸소 체험 아이디어는 강진원 강진군수가 냈다. 강 군수는 초중고교의 수학여행이 스쳐 지나가는 관광에서 체험하는 관광으로 바뀌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감성여행과 연계한 농촌 체험이 농가소득을 늘리고 농촌관광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린 투어리즘’으로 한 가정이 연간 2000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일본 오이타(大分)현 아지무(安心院)정의 사례도 벤치마킹했다.

강진군은 2015년 30가구를 시작으로 2016년 100가구, 올해 120가구로 ‘농박 가구’를 늘렸다. 표준 매뉴얼을 만들고 가구별 특성을 살려 농촌·어촌·음식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버스 임차비 일부를 지원하고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도 가입했다. 공무원들은 여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야간순찰을 돌기도 한다.

푸소 체험이 활기를 띠면서 2015년 1억 원에 불과했던 참여 농가의 소득이 2016년 4억3000만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6억 원대로 예상된다. 농가는 숙식비로 1인당 4만 원(1박 2일 기준)과 군에서 지원한 1만 원 등 5만 원을 받는다.

푸소 체험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역단위 농촌관광 시스템 구축사업’ 공모에 선정돼 탄력을 받게 됐다. 강진군은 브랜드 콘텐츠 개발과 플랫폼 구성, 여행비 일부 지원 등 인센티브로 5000만 원을 받고 평가를 통해 2019년까지 1억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강 군수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따뜻한 감성이 어우러진 강진은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라며 “수학여행의 새 지평을 연 푸소가 학생들의 감성체험 필수 코스로 자리 잡도록 관심과 정성을 더 쏟겠다”고 말했다.

 

:: 푸소(FU-SO) 체험은 ::

농촌의 정서와 문화를 체험하는 감성 여행 프로그램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연중 운영
120가구가 참여해 가구별 체험 프로그램 진행
1인 기준 4만 원(1박 2일), 8만 원(2박 3일). 군에서 1만 원 지원
강진군 문화관광과(061-430-3312)로 사전 예약
 
강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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