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를 거는 사람 앞에서 혼잣말로 한 영어 욕설 “퍼킹 크레이지(fucking crazy)”는 경멸적 표현이 아니어서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모 씨(61)는 지난해 5월 같은 아파트 주민 A 씨(41)와 화단에 물을 주는 문제로 말싸움을 벌였다. A 씨는 이 씨에게 반말로 시비를 걸다가 싸우는 모습을 본 아파트 경비원이 다가오자 말투를 존댓말로 바꾸었다. 이 씨는 A 씨의 태도 돌변에 황당해하며 “유 아 퍼킹 크레이지(You are fucking crazy)”라고 중얼거렸다.
A 씨는 이 씨가 영어 비속어로 자신을 모욕했다며 고소했다. 검찰은 모욕죄가 인정된다며 이 씨를 기소유예(혐의가 있지만 기소하지 않음) 처분했고, 이 씨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 씨가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취소 결정을 했다고 6일 밝혔다. 헌재는 ‘경멸적 표현인지는 사전적 의미뿐 아니라 그런 표현을 쓴 상황과 경위를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퍼킹(fucking)은 ‘대단히’ ‘지독히’ ‘매우’ 등으로 해석되는 수식어이며 ‘크레이지(crazy)’는 ‘미친’ ‘정상이 아닌’ ‘말도 안 되는’ ‘열광하는’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며 “이 씨가 한 말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정말 말도 안 된다’ 정도의 뜻이어서 모욕 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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