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한 박물관 관련 심포지엄에서 존 영 캐나다 인권박물관장이 소개한 ‘인디언 기숙학교’가 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캐나다 정부가 ‘동화’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인디언 소멸정책’을 진행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인디언 기숙학교 제도에 의해 질병과 영양실조로 6000여 명의 원주민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고, 생존자들도 과거의 악몽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2008년 진실화해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대책을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캐나다 인권박물관 설립이었다. 이곳에서 인디언 기숙학교와 원주민의 역사를 캐나다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림으로써 원주민과 비원주민 간의 화해를 촉진한 것이다.
최근 새 정부에서 일본에 특사를 파견했지만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국가 간 합의가 이뤄진 문제라는 주장과 우리 정서로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양국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합의조건으로 내세운 10억 엔의 보상보다는 이 돈을 바탕으로 일본의 자발적인 의지를 통해 일본 도쿄(東京)에 위안부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독일은 베를린에 유대인 건축가인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유대인 박물관을 2001년 9월 11일 개관하였다. 또 베를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 옆 나치 총리공관 및 지하벙커가 있던 자리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60주년을 기념하는 유대인학살기념관을 2005년 개관하였다. 히틀러에 의한 유대인 학살은 인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과오로서 독일은 앞으로 이런 과오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명료하게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박물관을 통해 역사적 과오를 반성하는 것이 캐나다와 독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6년 9월 워싱턴에서 개관한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은 흑인이 상품으로 취급되면서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고, 흑인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떻게 투쟁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흑인이 미국으로 팔려나갔던 배를 형상화하여 배 밑바닥부터 미국 흑인의 역사를 시작해 지상층에 다다르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배출한 현 시점의 상황을 감동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보수파인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 준비되었다.
이런 점에서 위안부 박물관을 도쿄에 건립한다면 세계 평화와 인권 그리고 화해에 대한 일본의 노력으로 간주하여 인류역사의 새로운 미래를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한국과 일본 간의 역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여성’과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