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특검 차장검사” 여성 12명 속인 20대 알바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9일 03시 00분


“이재용 부회장-검찰총장 잘 안다” 가짜 신분증-카톡 보여주며 사기

‘삼성그룹 말이 아니다. 삼성만 지킬 수 있게 도와줘, 이거라도 꼭.’

A 씨(28)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재용이형’이 남긴 내용이다. A 씨는 이 내용을 교제하던 B 씨(24·여)에게 보여주며 “재용이형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A 씨는 자신을 ‘대검찰청 특검7부 차장검사’라고 소개했다. 한류스타와 같은 ‘김우빈’이라는 이름이 선명한 검사 신분증도 보여줬다.

A 씨의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우리총장님♡’도 있다. 우리총장님의 메시지에는 ‘김 검사, 지방에서 일한다고 고생이 많구만’ ‘대검찰청 소속임을 잊지 말고 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수준 차이를 보여주게나^^ 그럼 쉬게 김 검사’ 등 애정이 넘쳤다.

A 씨와 B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만났다. 4년 전 우연히 B 씨를 알게 된 A 씨가 “오랜 준비 끝에 검사가 됐다”며 연락해 교제를 시작했다. 가짜 신분증과 진짜 같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B 씨는 속을 수밖에 없었다. 대검에 특검7부도 없었지만 눈치 채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약 5개월간 A 씨가 검사를 사칭해 만난 여성은 B 씨를 포함해 12명이다. 이 중 여성 한 명은 임신했고, 다른 한 명은 변호사를 소개받기 위해 A 씨에게 80만 원을 건넸다.

그러나 20대가 차장검사라는 걸 수상히 여긴 B 씨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기 행각이 들통났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8일 공문서를 위조해 신분을 속인 뒤 여성에게서 금품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A 씨를 구속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중이었다. 검사 신분증은 인터넷에서 알게 된 서울의 전문업체에 의뢰해 위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의 여죄를 조사하는 한편 해당 업체도 추적하고 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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