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차로 씽씽 1명 탄 얌체 SUV… 암행단속에 ‘딱 걸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2일 03시 00분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8> 고속도로순찰대 단속 동행기

“버스전용차로 위반했습니다” 9일 경기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죽전휴게소 부근에서 암행순찰차의 경찰이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승합차를 하위 차로로 유도하고 있다. 용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버스전용차로 위반했습니다” 9일 경기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죽전휴게소 부근에서 암행순찰차의 경찰이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승합차를 하위 차로로 유도하고 있다. 용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해 고속도로에서는 273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011년의 282명과 큰 차이는 없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5229명에서 4292명으로 5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안전한’ 고속도로는 아직도 요원하다. 통행량이 급증하는 휴가철을 앞둔 9일 오후 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암행순찰차에 동승해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구간(양재∼기흥동탄)을 긴급 점검했다.

○ 얌체족에 유명무실, 전용·지정차로

경부고속도로 1차로는 국내 유일의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다. 양재∼오산 37.9km 구간에서는 평일에도 전용차로제가 운영된다. 금요일인 이날 오후, 일반 차량은 시속 50km 이하로 답답한 흐름을 보였지만 버스전용차로의 버스는 제 속도를 냈다. 버스 이외에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건 6명 이상이 탄 9인승 이상의 차량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가능하다. 하지만 차량 창문이 짙게 틴팅(선팅)돼 몇 명이 탔는지를 알기는 어려웠다.


때마침 전용차로를 달리는 검은색 SUV 1대가 보였다. 암행순찰차를 운전하던 고속도로순찰대 1지구대 정성동 경사가 창문을 열고 갓길로 차를 대라고 손짓을 했다. 신갈갈림목을 갓 지난 상행선(서울 방향) 395.8km 지점이었다. ‘위잉’ 하는 사이렌 소리가 나면서 암행순찰차 뒤 전광판에 ‘경찰차량입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셨습니다. 하위 차로로 이동하세요’라는 문구가 떴다. 전국의 암행순찰차는 모두 21대. 갓길에 차량을 정차시킨 뒤 박승현 경장이 내부를 확인했다. 7명이 타고 있었다. 박 경장은 “짙게 선팅이 돼있어 확인하려고 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서울요금소를 향해 달리던 중 자주색 SUV 1대가 눈에 들어왔다. 죽전휴게소를 조금 지나 비상주차대에서 확인해 보니 차량에는 40대 남성 운전자 1명만 있었다. 신분을 확인하고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30점을 부과했다. 면허정지 기준(40점)까지 75%를 단번에 채웠다. 운전자는 “빨리 가려고 그랬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날 오후 2∼5시 기자가 동행하면서 적발한 버스전용차로 위반 차량은 1대에 그쳤다. 그러나 2월 7일∼5월 17일 100일간 ‘고속도로 3대 교통 반칙 행위(난폭 얌체 음주)’를 단속한 결과 이런 얌체운전이 하루 평균 78.1대 적발됐다. 정 경사는 “전용차로 단속은 버스가 적정 속도로 운행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갑작스러운 끼어들기나 이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목적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기간 전국 11개 고속도로순찰대 지구대는 암행순찰차 21대를 비롯한 가용 순찰차 대부분을 동원해 1만475명을 적발했다.

○ 기본만 지키면 모두가 안전

상행선 기흥동탄나들목을 조금 지난 2차로에서 정 경사가 순찰차를 세우고 사이렌을 울렸다. 승용차 2대와 SUV 2대가 3중 추돌사고를 낸 현장에서 운전자들이 옥신각신 중이었다. 견인차까지 뒤섞여 복잡했지만 운전자들은 도로를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로 옆으로 시속 100km로 버스가 달리고 있었다. 정 경사가 “차가 달릴 수 있으니 도로 변으로 차를 빼라”고 다그치자 그제야 움직였다.

정 경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거나 차량이 고장 나면 사람은 무조건 도로 밖으로 피해야 한다. 도로 위에 있으면 2차 사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고속도로에서 2차 사고로 인한 치사율은 54.2%로 일반 사고 치사율(9.3%)의 약 6배에 달했다.

이날 기자가 3시간 동안 동승한 구간은 해당하지 않지만 소형차(승용)와 대형차(버스, 화물차) 차로를 분리해 원활한 통행을 유도하는 지정차로제도 지켜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정차로제는 4차로 기준으로 2∼4차로에 각각 승용차 버스 화물차가 다니고 1차로는 추월차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3차로로 달리는 트럭과 레미콘 차량이나 3차로에서 버스와 뒤섞여 가는 승용차도 쉽게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대형차가 소형차와 같은 차선을 쓰면 주행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 위험도 크다. 속도 제한이 없는 독일 아우토반이 오히려 안전한 건 지정차로제가 잘 지켜지는 덕분이다. 경찰은 현행 지정차로제가 복잡하다는 일부 지적을 받아들여 좀 더 간소화해 이르면 연말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정 경사와 박 경장이 근무하는 1지구대는 경부 중부 영동 같은 수도권 고속도로 노선을 관할한다. 상습 정체구간인 경부고속도로 달래내고개(양재∼판교)에서는 갓길통행 얌체족이 극성이다. 올여름은 광주∼원주 (제2영동)고속도로,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 후 첫 행락철을 맞는다. 집중적으로 순찰할 방침이다. 졸음쉼터 쓰레기 투기와 졸음쉼터 본선 주차, 불법 갓길 통행 등이 주요 적발 대상이다.

고속도로순찰대로서는 1년 중 여름 성수기가 가장 긴장하는 때다. 정 경사는 “고속도로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안전의식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기본을 지킨다면 안전하게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

용인=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고속도로순찰대#단속#교통사고#암행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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