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 “최저임금 1만원땐 月收 40만원… 차라리 내가 알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2일 03시 00분


영세 자영업자들 아우성

“장사 접고 내가 직접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이 낫겠어요.”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5년째 편의점을 하는 이모 씨(53)는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숨을 내쉬었다. 66m² 남짓한 가게를 운영하는 이 씨의 월평균 수익은 232만 원 정도. 고정비용이 낮아지지 않고 2020년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되면 월 수익은 40만 원 수준으로 급감한다. 이 씨는 “가맹점비 같은 초기비용으로 6000만 원 이상을 들였는데 급격한 정책 변화로 장사를 접을지도 모르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문재인 정부의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을 놓고 자영업자들은 손익계산 분석을 하느라 분주하다. 정부 구상은 올해 6470원인 최저시급을 내년 7481원, 2019년 8649원으로 순차적으로 올리겠다는 것. 3년간 평균 15.6%씩 올린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가 전국 자영업자 3곳의 손익계산서를 들여다봤다.

○ “아르바이트생 내보낼 수밖에”

이 씨의 하루 매출은 160만∼170만 원, 매달 4500만 원 수준이다. 얼핏 많아 보이지만 임대료와 관리비, 재료비, 본사 수수료 등으로 3980만 원을 빼면 남는 돈은 평균 520만 원꼴이다. 여기서 인건비를 뺀 것이 이 씨의 ‘온전한’ 한 달 수익이다. 사정이 어려워 아르바이트생 2명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 6000원을 주지만 그래도 남는 돈은 230만 원대다. 평균 매출이 오르지 않는 이상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이 씨의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점주 인건비를 포함해 매달 200만∼300만 원의 수익을 내는 점포가 대부분”이라며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적어도 100만 원 이상의 손실을 입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의왕시에서 노래방을 하는 윤모 씨(62)도 사정은 비슷하다. 임대료 400만 원, 전기료 130만 원, 음식비 120만 원, 신곡음원료 및 부가세 100만 원 등이 매달 고정비용이다. 통상 주말 아르바이트생 2명, 주중 아르바이트생 1명을 쓰는데 한 달 평균 234만 원이 들어간다. 그렇게 해서 수익은 약 500만 원. 윤 씨 계산에 따르면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동일한 시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도 비용이 지금보다 126만 원 오른 360만 원이 된다. 윤 씨는 “그렇게 된다면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고용 절벽’ 올 수도

규모가 이들보다 다소 큰 자영업자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하는 전모 씨(62)는 점장 1명과 아르바이트생 8명, 총 9명을 고용한다. 점장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나머지 아르바이트생에게 모두 최저임금 1만 원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 가게의 과세표준증명서 등을 확인한 결과 월 매출은 3300만 원대다. 재료비(매출의 40%)와 임대료 400만 원, 본사 수수료 100만 원, 관리비 150만 원 등 한 달 평균 고정비용으로 1974만 원을 지불했다. 인건비는 546만 원. 전 씨는 매달 600만 원가량을 버는데 최저임금 1만 원으로 계산하면 월 수익은 302만 원으로 쪼그라든다. 그는 “5년마다 부담하는 인테리어 비용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카페 운영이 힘들 것 같다”며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 아르바이트생 수를 줄이거나 업종 변경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사업장은 영세한 경우가 많다”며 “근로자의 소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영업자의 실제 임금 지급 능력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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