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혁명이라 할 만큼 이제 사람의 수명이 100세에 이르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높아진 기대수명에 환호를 외치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 100년에 가까운 삶을 책임지려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력을 갖추고 있거나 아니면 오랜 기간 경제 활동에 종사해야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남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다.
그리고 우리나라 50+세대 대부분이 준비 없는 은퇴를 한다. 실제 서울시가 서울 거주 50∼64세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2015년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 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불안하다’ ‘갈 곳이 없다’ ‘일하고 싶다’였다. 더욱이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5060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50+세대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과 부정적 고정관념 등으로 재취업에 장애가 되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세대들이 또 한 번의 50년을 위해 삶을 점검하고, 배우고, 경험을 살려 의미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 인생 2막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 개발은 물론이고 공간과 상담, 교육, 커뮤니티 일자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년간 50플러스캠퍼스에서 만난 50+세대들은 넥타이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간단한 일상기술로 취약계층의 살림을 수리해주는 ‘우리 동네 맥가이버’가 되기도 하고, 연륜과 네트워크를 통해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처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50+취업지원관’으로, 때로는 또래의 고민에 공감하고 함께 고민해주는 ‘50+컨설턴트’로 변신하는 등 일자리 전쟁이 아닌 틈새 일자리로 ‘상생’을 이뤄내면서 인생 2막에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50+세대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통해 보람도 느끼며, 일정 수입도 취하는 제2의 직업을 찾도록 지원하는 ‘앙코르 커리어’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50+정책이란, 엄밀히 따지면 50∼64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100세 시대를 맞이해야 할 인류 공통의 과제다. 또한 50+세대에 딸린 가족과 새롭게 50+세대로 진입할 예비 50+세대들을 고려하면 이 정책의 수혜 대상은 거의 전 국민에 이른다. 따라서 이 세대들을 위한 공간과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정책 공약으로 “5060세대를 위한 최초의 정부를 만들겠다”며 ‘브라보 5060 신중년’ 정책 공약을 발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공약엔 부당해고를 금지하는 ‘희망퇴직남용방지법’ 제정이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도 도입’ 등 신중년 세대의 일자리와 골목상권 보호의 의지가 담겨 있다. 5060세대가 진짜 “브라보”를 외칠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오길, 그리고 새 정부가 이러한 바람을 현실로 이루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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