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내 “전국 모임 상설화 요구… 견제받지 않는 권력집단 될수도”
19일 회의 참석할 100명 구성 완료… ‘공중부양 강기갑 무죄’ 판사 등 포함
전국 법원에 근무하는 판사 100명이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 모여 ‘전국법관대표자회의’(이하 법관회의)를 연다. 이들은 법관회의 상설화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판사 노조’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법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3일 법관회의 측과 법원에 따르면 19일 회의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를 축소하려고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촛불집회 재판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법관회의다.
이번 회의에서는 △법관회의 상설화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 재조사 △사법행정권 제도 개선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가 논의된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법관회의 상설화다. 각급 법원별로 운영해온 판사회의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이를 상설 기구로 만들자는 내용이다. 현행 법원조직법이나 대법원 규칙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
법관회의 측은 “법관회의를 상설화해 판사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 상설화는 법원조직법을 고치면 가능하다”는 자세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법관회의 상설화 논의가 사법부 적폐 청산에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며 법관회의 측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정의당은 앞서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이용구 전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23기) 등과 함께 사법부 개혁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법원 내부에서는 “법관회의 상설화로 법관회의가 자칫 ‘판사 노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법관회의가 법관 인사나 처우 문제 등을 놓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사실상 노조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법관회의 상설화가 사법부 독립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법관들이 모여서 논의한다고 해서 그 결과에 민주적 정당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법관회의 상설화는 중장기적으로 견제받지 않는 사법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관회의 참석자 중에는 ‘튀는 판결’ 등으로 주목받았던 법관이 여럿 포함됐다. 법관회의 회의지원단장 김영식 광주지법 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30기)는 지난해 10월 항소심 재판장 가운데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회의 내용을 외부에 알리는 공보관 역할은 진보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43·29기)가 맡았다. 3월 열린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의 토론자였던 김영훈 서울고법 판사(43·30기)와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이른바 ‘국회 공중부양’ 사건에서 폭력 혐의로 기소됐던 강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동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53·26기)는 소속 법원 대표로 법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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