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용어 술술… 진짜 검사 뺨친 ‘교복 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고교생 모의수사 경진대회, 판곡고 김도연-김소정양 우승

13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열린 고교생 모의수사 경진대회에서 경기 용인 백현고 1학년생으로 구성된 ‘네메시스’팀(신수민, 김유빈)이 피의자와 변호인 역할을 맡아 변론을 펼치고 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제공
13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열린 고교생 모의수사 경진대회에서 경기 용인 백현고 1학년생으로 구성된 ‘네메시스’팀(신수민, 김유빈)이 피의자와 변호인 역할을 맡아 변론을 펼치고 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제공
“송평촌 씨가 물건을 훔치려고 피해자의 몸을 뒤졌다고 볼 증거가 없어요.”(변론팀)

“체육관에 침입한 자체로도 강도를 하려 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수사팀)

13일 오후 ‘고교생 모의수사 경진대회’ 결승전이 열린 경기 안양시 동안구 수원지검 안양지청 강당. 교복 차림의 고교생들은 수사팀(검사, 수사관)과 변론팀(변호사)으로 역할을 나눠 강도상해 혐의로 입건된 가상의 인물 송평촌 씨(50) 사건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전과 4범인 송 씨는 지난달 15일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한 대학교 체육관에 들어갔다가, 자신을 수상하게 여기고 따라온 대학원생 김범계 씨(25)에게 각목을 휘두른 혐의다. 수사팀과 변론팀은 주어진 정황과 증거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이날 우승은 경기 남양주시 판곡고 2학년 김도연(17), 김소정 양(17)이 짝을 이뤄 출전한 ‘우리다온’ 팀에 돌아갔다. 이들은 결승전에서 송 씨 사건의 수사팀 역할을 맡아 폐쇄회로(CC)TV 위치, 송 씨의 이동 거리 및 시간 등 구체적인 증거들을 제시하며 변론팀을 노련하게 압박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장래 희망이 검사인 김소정 양은 “본선행이 확정된 후 1주일 내내 생소한 법률용어를 익히며 대회를 준비했다”며 “모의수사 경진대회에서 쌓은 추억이 앞으로 입시와 진로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모의수사 경진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총 186개 팀이 참가하는 예선을 통과한 8개 팀은 이날 안양지청 강당에서 △사기 △음주운전 △재물손괴 등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범죄를 소재로 본선을 치렀다.

학생들은 진짜로 검사, 수사관, 변호사가 된 것처럼 어려운 법률용어도 섞어 써가며 대회를 즐겼다. 김영종 안양지청장(51·사법연수원 23기)을 비롯해 안양지청 법사랑위원, 검찰시민위원 등으로 구성된 16명의 심사위원단은 학생들의 경연을 지켜보며 실시간으로 채점을 했다. 4강전에서는 치열한 공방 끝에 무승부가 나오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연장전이 치러지기도 했다.

어린 학생들이 재치 있게 상대를 옭아매는 날카로운 공격을 날릴 때면 참관하던 10여 명의 안양지청 현직 검사들 사이에서도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참가 학생들을 도와 이번 대회를 준비한 박형건 검사(34·변호사시험 4회)는 “작은 사건을 끈기 있게 분석하고 매달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일상에 치여 나태해졌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양=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고교생 모의수사 경진대회#판곡고#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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