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물대포 충격 인정… 감사 당일 고쳐 “정권 눈치보기” 비판
유족 “6월 넷째 주 진단서 받아 사망신고”
서울대병원이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9개월 만에 ‘병사(病死)’에서 ‘외인사(外因死)’로 수정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의 ‘새 정부 눈치 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병원은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의식을 잃은 뒤 지난해 9월 사망한 백 씨의 사망진단서를 14일 수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사망 당일 3년 차 전공의 A 씨가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의 지시로 작성한 진단서엔 “급성 뇌 경막 출혈로 인한 급성 신(콩팥)부전이 ‘심폐 정지’를 일으켰다”는 결론이 담겨 “심폐 정지는 사인이 될 수 없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 등을 어겼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그러나 수정된 진단서엔 “‘외상성’ 경막 출혈로 인한 패혈증이 ‘급성신부전’을 일으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물대포로 쓰러진 뒤 나타난 외상(外傷)이 사망에 이르게 된 근본 원인이라는 뜻이다.
진단서 수정은 최초 작성자인 A 씨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뤄졌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1월 백 씨의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사인 논란 탓에 장례 절차가 지연됐다”며 손해배상 및 사망진단서 정정 청구 소송을 내자 진단서 수정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진단서 수정 논의가 대통령 선거를 앞둔 3, 4월엔 전혀 진행되지 않은 점, 감사원의 기관 운영 종합감사가 시작된 14일에 최종 수정이 이뤄진 점을 두고 “서울대병원이 정권의 눈치를 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병원 측은 “4월까지는 진단서 수정 권한을 가진 A 씨가 백 교수와 같은 진료팀에서 수련 과정을 밟고 있던 터라 독립성·객관성 확보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고,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달 7일 의료윤리위원회를 재개했다”고 주장했다.
백 씨의 딸 도라지 씨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라도 사망진단서가 바뀌어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다음 주중 사망진단서를 받아 사망신고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16일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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