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창]도시재생 뉴딜 정책, 주차문제 먼저 해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6일 03시 00분


이창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이창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도시재생사업에 매년 10조 원씩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도시재생 뉴딜’이다. 올해 국토교통부에서 도시재생사업에 책정한 예산은 약 1500억 원이다. 도시재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합쳐도 1조 원이 채 안 되니 투자 규모로만 따지면 과거에 비해 10배 이상 덩치가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주거 지역의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주거지의 골목길 주차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주거지 주차공간은 한정되어 있는 반면 소득이 향상됨에 따라 자동차를 이용하는 주민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자동차 소유를 제한할 수도 없어 노후 주거지의 골목길은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골목길에 빈틈없이 주차된 자동차는 동네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차 대 사람 간 교통사고 절반 이상이 골목길에서 일어난다. 주차공간을 놓고 이웃 간에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 드물게는 살인과 같은 범죄의 원인이 된다. 골목길에 그어진 주차구획선을 벗어나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예컨대 골목 깊숙이 위치한 주택에서 불이 났을 때,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제때 진입하지 못해 화재가 크게 번진다. 소방방재청에서는 이면도로 불법 주차로 인해 화재가 확대된 사례를 매년 통계로 집계하고 있기까지 하다.

뉴타운 같은 전면적인 재개발사업은 수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도로나 공원, 주차장 같은 기반시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도시형태를 보존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서는 사전에 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기반시설을 설치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소규모 사업들을 주거지 전역에 걸쳐 시행한다는 것도 어렵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치더라도 주거지 내에서 개발의 시차가 존재한다. 주차난이 해당 주거지 전역에 걸쳐 전면적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불법 주차 문제가 심각한 곳에서 환경이 개선된 지역으로 ‘넘침(spillover)’ 현상이 일어나 사업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없다.

도로를 넓히고 주차 문제를 해결하자고 우악스럽게 부수고 엎는 전면 철거 재개발로 시계를 되돌리자는 건 아니다. 저성장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장기적으로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보존하고 개량하는 재생의 의미를 되살리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무엇보다도 주거지 주차난을 해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던 재원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아 반갑다. 하지만 공약에서 내걸었던 ‘아파트단지 수준의 마을 주차장’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아직은 구체적인 해법이 안 보인다.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과 따로따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조금은 우려스럽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서 주차 문제의 새로운 해법을 기대해 본다.
 
이창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도시재생#뉴딜 정책#주차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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