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사과에 ‘피짓 스피너(fidget spinner)’를 던지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한 남성이 한껏 회전시킨 피짓 스피너를 10cm 앞에 둔 사과에 툭 던지자 3cm 깊이로 꽂혔다. 이 남성은 “이렇게 쉽게 박혀버린다. 무섭다. 절대 따라 하지 말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상 속 피짓 스피너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1만5000원 정도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조회수 61만 회를 기록한 이 영상에는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쉬이익 하고 잘릴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댓글도 보였다.
피짓 스피너는 지난해 해외에서 유행한 손장난용 장난감의 일종이다. 살이 셋 달린 선풍기 날개를 손 안에 들어갈 정도로 줄였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두 손가락으로 가운데 축을 쥐고 돌리면 살이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주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금속제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초부터 초·중학교 남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해 판매량이 급속히 늘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입고한 지 한 달 만에 2만5000개가 팔려 나갔다”며 “남아용 일반 완구 판매 상위 1∼5위가 모두 피짓 스피너”라고 말했다.
문제는 안전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살 끝부분이 둥근 원래 제품과 달리 최근 수리검이나 표창을 본뜬 모조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나 학원같이 남학생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박모 씨(28·여)는 “사용 연령을 14세 이상으로 정해놓은, 끝이 날카로운 제품을 초등학생 아이들이 버젓이 돌리고 다닌다”며 “수업 시간에 책상 밑에서 돌려대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조모 양(9)은 “짓궂은 친구들은 모서리가 뾰족한 피짓 스피너를 표창처럼 던지며 논다”며 “얼굴 같은 데 맞을까 봐 무섭다”고 했다.
특히 사용자가 위험하게 변형한 자작(自作) 피짓 스피너가 위험을 부채질한다. 동영상 사이트에는 자작 제품의 파괴력을 테스트하는 영상이 계속 올라온다. 끝을 날카롭게 간 피짓 스피너를 합판에 던져 꽂는 영상은 조회수 130만 회를 기록했다. 10대 외국 소년은 압정을 부착한 피짓 스피너를 자기 얼굴에 피가 날 정도로 직접 가져다 대는 가학적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대학생 최모 씨(19)는 “점점 무게가 무겁고 특이한 모양을 찾다 보니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피짓 스피너를 돌리는 친구들이 점점 늘고 있다. 조마조마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피짓 스피너는 처음 출시될 때 ‘주의력 분산을 막아준다’는 홍보로 학부모와 학생에게 어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김은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피짓 스피너가 집중력을 강화해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반복적으로 기구를 돌리면 결국 기구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오히려 주의력이 분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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