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출산이 마냥 반갑지 않은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1일 03시 00분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서 출산… “폐사땐 환경단체 거센 비난 직면”
생존율 10% 그쳐 관계자들 긴장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관광객들이 돌고래 쇼를 보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사육 중인 암컷 돌고래가 새끼를 출산했다. 2009년 개관 이후 새끼 출산은 세 번째다. 울산 남구 제공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관광객들이 돌고래 쇼를 보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사육 중인 암컷 돌고래가 새끼를 출산했다. 2009년 개관 이후 새끼 출산은 세 번째다. 울산 남구 제공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암컷 돌고래 ‘장꽃분’(18세 추정)이 13일 오전 8시 15분 새끼를 출산했다. 2009년 8월 개장 이래 생태체험관에서 사육 중인 돌고래가 새끼를 낳기는 2014년 3월과 2015년 6월에 이어 세 번째다.

생태체험관 측은 20일 “새끼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의 생존율이 10% 안팎인 데다 이전에 태어난 새끼 2마리가 모두 폐사(斃死)해 또다시 죽으면 환경단체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체험관을 관리, 운영하는 울산 남구가 돌고래 출산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고래생태체험관에는 현재 돌고래 수컷 1마리와 암컷 3마리, 그리고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새끼 1마리 등 5마리가 있다.

앞서 울산 남구는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 앞바다 훈련장에서 6개월간 훈련받은 돌고래 4마리를 수입해 고래생태체험관을 열었다. 체험관의 수족관은 길이 11m, 높이 2.6m, 너비 3.7m 터널식으로 바닷물 1200t이 채워져 있다.

관광객들은 유리터널 안을 거닐며 돌고래가 머리 위와 옆으로 헤엄치는 모습은 물론이고 사육사와 함께하는 쇼도 볼 수 있다. 당시 돌고래에게는 고래와 장생포의 머리글자를 각각 따서 부부는 ‘고아롱’(10년생·수컷)과 ‘장꽃분’(10년생·암컷)으로, 고아롱의 동생은 ‘고이쁜’(7년생·암컷)과 ‘고다롱’(5년생·수컷)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2012년에 2마리를 추가로 수입했다.

그러나 이 6마리 가운데 3마리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부상 등으로 죽고 3마리만 살아남았다. 설상가상 2014년 3월 ‘장꽃분’이 낳은 새끼는 3일 만에, 2015년 6월 낳은 새끼는 5일 만에 죽었다.

생태체험관 측은 13일 태어난 새끼를 어미와 함께 격리해 관리하고 있다. 나머지 수컷 1마리와 암컷 2마리는 수족관에서 함께 키우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수족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동물이 번식을 하면 동물복지가 오히려 저하된다”며 “암수를 격리해 임신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생태체험관 측은 “사회성이 강한 돌고래 특성상 수컷 1마리만 따로 기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이상행동을 할 수 있다”며 “중성화 수술도 지금까지 한 적이 없고 또 다른 동물학대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도 생태체험관에서 임신과 출산이 반복될 확률이 높은 셈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돌고래는 수족관이 아니라 바다에 사는 동물”이라며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만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남구 측은 “현재 사육 중인 가축은 모두 야생동물을 인간이 길들인 것”이라며 “돌고래가 최적의 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잘 가꾸고, 이번에 태어난 새끼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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