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자전거-무단횡단 보행자 뒤엉켜 아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2일 03시 00분


한강 자전거도로 사고다발 5곳 점검
자전거 ‘속도 줄이시오’ 경고판 무시… 중앙선 넘어 강변광장 드나들어
보행자 길 건널때마다 아슬아슬
전문가 “자전거-보행자 동선 분리를”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 인근 자전거도로에서 커플용 자전거 이용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앞을 지나치려 
하고 있다. 왼쪽 뒤편 광장에도 자전거와 보행자가 뒤섞여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 인근 자전거도로에서 커플용 자전거 이용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앞을 지나치려 하고 있다. 왼쪽 뒤편 광장에도 자전거와 보행자가 뒤섞여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저 자전거 속도는 시속 30km일 겁니다. 사람이 부딪히면 크게 다칠 수 있죠.”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한강공원 잠실선착장 앞 자전거도로에서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여의도 방향으로 달리는 자전거를 가리키며 말했다. 형광색 자전거복을 입은 남성이 전문가용 자전거를 타고 쌩 지나갔다. 이곳은 유람선이 드나들 때면 수백 명이 자전거도로를 가로질러 선착장을 오간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속도를 줄이는 자전거는 보이지 않았다. ‘속도를 줄이시오. 사고 많은 곳’이라고 적힌 빨간 표지판이 무색했다. 이곳은 서울시가 꼽은 한강자전거도로 사고 다발 지점 5곳 중 하나다.

한강자전거도로는 매년 상반기 6월에 가장 붐빈다. 지난해도 6월에만 185만 명이 자전거도로를 탔다.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시설을 개선하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통해 2014년 244건, 2015년 253건, 지난해 166건으로 최근 줄고는 있지만 사고 위험은 곳곳에 남아있다. 동아일보는 이 책임연구원과 한강자전거도로의 사고 다발 지점 5곳을 점검했다.

사고 다발 지점은 잠실을 비롯해 여의도 물빛광장, 여의나루역, 반포 세빛섬, 잠원수영장이다. 한강 남쪽에 있으며 사람들이 찾는 위락시설을 갖췄다.

평일 오후인데도 시민 수백 명이 찾은 여의도 물빛광장에서는 아찔한 광경이 이어졌다. 시민들이 쉬거나 물놀이를 하는 동안에도 자전거는 광장을 쉬지 않고 드나들었다. 동력 차량으로 분류돼 모든 한강공원에 들어올 수 없는 전동휠도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을 보며 광장을 걷던 한 남성은 마주 오던 자전거를 가까스로 피한 뒤 고개를 돌려 흘겨보기도 했다. 동쪽으로 약 500m 떨어진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도 마찬가지였다. 도시락, 돗자리 등을 챙겨 공원으로 들어가는 시민들은 횡단보도를 두고 자전거도로를 가로질렀다.

여름이면 수영장과 야외 공연으로 북적이는 잠원지구도 마찬가지다. 회색 보도블록으로 포장된 광장에서도 자전거는 속도를 냈다. 동쪽으로 1.6km 떨어진 잠원수영장 역시 주차장, 수상 레스토랑, 쉼터 등이 뒤엉켜 마찬가지였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진 씨(27·여)는 “강바람을 쐬러 자주 여의도한강공원에 나오는데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오는 자전거를 피하느라 진땀을 뺀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들 지점에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노면은 돌로 울퉁불퉁하게 포장해 자전거 이용자가 자연스레 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하고는 있다. 하지만 한강공원은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도로 외 구역’으로 시가 강제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자전거 사고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자전거도로와 보행자의 동선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5곳 모두 공원을 이용하려면 자전거도로를 건너야만 한다. 반면 뚝섬, 이촌 등 한강 북쪽은 자전거도로를 한강 가장자리로 붙이고 공원은 도로 안쪽에 조성하면서 동선을 완전히 분리해 사고 다발 지점 상위 5곳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 책임연구원은 “한강자전거도로에는 전문사이클, 레저용, 어린이용 등 다양한 속도의 자전거가 드나든다”며 “사고 다발 지점처럼 보행자가 많은 곳에서는 자전거, 보행자의 동선을 분리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한강#자전거도로#무단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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