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규제로 부두임대사업자 전락”… 글로벌 항만 경쟁 시대에 맞춰
부산시민단체, 공운法재정비 촉구
부산의 항만 관련 시민단체들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재정비해 부산항만공사(BPA)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항발전협의회,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부산시민단체협의회 관계자 100여 명은 22일 부산 중구 마린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년 전 BPA 설립 이후 지나친 정부 규제 때문에 단순 부두임대사업자로 전락했다”며 “BPA가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서 국가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BPA가 부산항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신항 부두 운영사 지분을 확보하려 했는데 기획재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바람에 무산됐다”며 “BPA에 자율 경영과 재정 투자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공운법을 개정해 글로벌 항만전문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운법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準)정부기관이 출연·출자기관을 설립하거나 다른 법인에 출연·출자하려면 주무기관장, 기재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법 조항이 글로벌 항만 경쟁 시대에는 걸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나선 건 부산항 신항 운영권 대부분이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면서 항만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BPA는 지난해 3월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내놓은 부산항 신항 4부두 운영사 지분 40%+1주 인수를 추진했다. 운영사 주주 자격으로 신항 운영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신항이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각국 선사들이 더 많이 기항하게 되고 부산항이 글로벌 물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의 반대로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현대상선이 내놓은 지분은 신항 1부두 운영사 대주주인 싱가포르 PSA가 인수했다.
지난해 말에는 부산항 신항에서 가장 큰 규모인 제2부두 운영권이 외국 업체에 완전히 넘어갔다. 삼성이 지녔던 지분 23.9%를 아랍에미리트 DPW가 인수했다. 당시 제2부두 운영사 지분 43%를 가지고 있던 DPW는 지분 23.9%를 더해 경영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부산항 신항 5개 부두 중 3부두를 제외한 4개 부두 운영사 경영권은 외국 자본에 넘어간 상태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공운법 개정을 통해 정부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하는 사업의 범위를 축소하고, 민간투자사업을 금지하는 근거 없는 지침을 해제하며 BPA의 독립채산제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BPA 관계자는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는 정부 산하의 항만 하역 전문회사가 모든 터미널 운영사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해 항만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며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항만 관리기관으로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부두 운영권을 확보해야 함에도 규제에 발이 묶여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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