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백화점은 붐볐다. 반팔 티셔츠 차림에 선캡을 쓴 40대 여성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이 여성은 진열대의 남색 카디건을 무작정 몸에 걸친 뒤 밖으로 나왔다. 2주 뒤 같은 옷차림으로 다시 백화점을 찾았다. “잠시 함께 가주시죠.” 이번에는 보안요원이 그를 제지했다. 그가 멘 가방에는 지난번 훔치지 못한 원피스 한 벌과 하이힐 한 켤레, 핸드백 한 개가 들어 있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달 21일 양천구의 백화점에서 모두 100만 원 상당의 가방과 여성의류를 훔친 혐의(절도)로 권모 씨(46)를 붙잡아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칠순 노모와 단둘이 사는 권 씨는 20대 후반부터 일정한 직업도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이 생활했다. 결국 노모가 받는 노인수당 등에 생계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찰에서 처음에는 “비슷한 인상착의의 다른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다 “꾸미고 싶었다. 그래서 훔쳤다”며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직업도 없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조사 도중 갑작스레 눈물을 터뜨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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