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서울-경기와 달라” “세종 국제고 문제없어”
공교육 정상화에 공감하지만 지역 특수성 고려 ‘무조건 폐지’ 주저
“재심사 기간 남아 서두를 것 없어 지역사회와 토론 거쳐 결정할 것”
“잘 운영되고 있고 특별히 문제를 못 느낀다.”(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시간이 남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 계획에 대해 지방의 일부 진보 성향 시도교육감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설립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거나 지역의 특수성이 있는데도 ‘닥치고 폐지’는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진보 성향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사고 등이 설립 이념대로 운영되지 못했고 일반고 황폐화를 일으킨 만큼 폐지한다는 정부의 기본 방침에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 교육감은 관내 자사고 외고 폐지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서울·경기 지역과 달리 강원도는 특목고·자사고 비중이 높지 않아 생각할 여지가 있다”며 “재지정심사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에는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자사고인 민족사관고(재지정심사 2019년)와 외국어고인 강원외고(2020년) 등 두 곳이 폐지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민사고는 전국적으로 우수 학생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강원 지역 일반고를 황폐화한다고 보기 어렵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양구군의 학생들은 양구고와 양구여고만으로 충분히 수용이 가능해 강원외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학생 충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세종국제고에 대한 폐지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 최 교육감은 “현재 세종국제고는 잘 운영되고 있고 특별히 아무 문제를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고 폐지도 대통령 공약에 포함돼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최 교육감은 “국제고 폐지까지 얘기가 나오면 그때 판단하려고 한다”며 “그 전까지는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킨다는 기본 방침을 갖고 있지만 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충남에는 자사고 2곳(북일고, 충남삼성고), 외고 1곳(충남외고)이 있다. 김 교육감은 “충남외고는 수도권 외고와 달리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만큼 전문가, 학부모 등 지역사회와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은 25일 자사고 등 폐지 논란과 관련해 “일괄 폐지 선언은 반발을 조직화함으로써 오히려 교육개혁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며 3단계 폐지론을 제안했다. 정 전 의원은 △고교 입시 일정 통합 △재지정 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 △설립 근거 법률 폐지 등 3단계론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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