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 농사 돕다가 사고…뇌사 40대, 장기·인체조직 기증하고 영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20시 35분


연로한 부모의 농사일을 돕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은 40대 장애인이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영면했다.

26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11일 오후 전북 군산시 임피면에서 문경민 씨(45·지적장애 3급)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문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판정을 받았다. 2주일 가까이 문 씨의 회복을 기원하던 그의 가족은 결국 간과 신장 2개, 각막 2개, 인체조직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병원 측은 25일 문 씨에게서 간과 신장 2개, 각막 2개를 적출해 환자 5명에게 이식했다. 인체조직은 한국인체조직기증원에서 다수의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군산의 주물공장에서 일하던 문씨는 일요일을 맞아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를 돕다가 사고를 당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사고 당일 모내기를 하기 위해 경사로에 세워 둔 트럭에 모판을 싣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동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뒤로 밀린 트럭이 그를 주택 벽으로 밀어붙였다. 트럭과 벽 사이에 낀 그를 뒤늦게 발견한 아버지(72)가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의식을 찾지 못했다.

문 씨의 지인은 “어르신이 물건을 들고 가면 아무리 바빠도 들어줄 정도로 성품이 착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가족들은 문 씨의 장기기증 절차를 밟다가 생명 나눔의 의미를 깨닫고 장기기증을 약속하기도 했다. 남동생 성민 씨(39)는 “형이 기증한 장기가 만성질환 등으로 고통 받는 많은 이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데 감동했다”며 “아내와 함께 장기기증 서약서를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명재 전북대병원장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어렵고 힘든 결정을 내려준 고인과 유족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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