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 의료인 주축으로 이주 노동자-여성-유학생 돌봐
12년간 35개국 2만6000여명 진료… 7월 9일 진료 600회 맞아
광주·전남지역 의료인들이 주축을 이룬 광주이주민건강센터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외국인 유학생에게 12년째 따뜻한 인술을 펼치고 있다.
광주이주민건강센터는 26일 광주 광산구청 7층 대회의실에서 600회 진료 및 운영 12돌 기념식을 열었다. 2005년 6월 26일 창립한 센터는 다음 달 9일 진료 600회를 맞는다. 센터는 그동안 이주민 건강지킴이 역할은 물론이고 의료인과 시민들의 자원봉사 공간이 됐다.
기념식은 12년간 센터를 이끌어온 자원봉사자들이 자축하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진 자리였다. 기념식에서 윤헌식 전남 화순 현대치과병원장(46), 한의사 오로사 씨(47·여)가 광주시장 감사장을, 자원봉사자 7명과 전남대병원,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등 13개 단체가 감사장과 감사패를 받았다.
지역 의료인들은 12년 전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새터민 등 의료 사각지대 소외계층이 늘어나자 센터를 만들었다. 당시 광주기독병원, 광주한의사협회. 광주가정의학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광주전남지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광주전남지부 소속 의료인들이 참여했다. 선교단체, 이주민단체, 시민단체 회원들도 건립에 힘을 보탰다.
센터는 광주 광산구 산정동 허름한 상가 2층(60m²)에 진료소 문을 열었다. 비좁은 진료소에 환자들이 넘쳐나자 2008년 광주 광산구 우산동의 한 상가로 진료소를 옮겼지만 상가 임차료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11월 광주 광산구 우산생활건강지원센터 3층에 진료상담실까지 갖춘 안정적인 터전을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무료 진료를 했다. 센터는 올 3월부터 목요일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평일 진료도 하고 있다.
센터가 그동안 진료한 환자는 중국, 베트남 등 35개국 출신 2만6747명. 진료건수를 보면 의학과 1만2124건, 한의학과 6960건, 치과 6983건 등 총 3만3723건이다. 약을 무료로 제공한 것도 1만3979건에 이른다.
무료 봉사활동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는 물론이고 행정, 통역 등 전문 자원봉사자 150여 명의 헌신적인 노력과 후원 때문에 가능했다. 정성국 광주이주민건강센터장(48·치과의사)은 “자치단체에서 일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은 자원봉사자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초기에 이주노동자들의 응급 질병치료를 했지만 차츰 질병상담, 치료병원 연계, 심리상담 등으로 업무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이주민의 특이 질환과 전염병에 대한 사례관리도 시작했다. 센터가 올 2월 이주민 120명을 대상으로 질병검사를 한 결과 에이즈와 매독은 전혀 없었고 간염과 빈혈은 한국인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의료인 외에 시민운동가, 초중고교생들의 봉사활동 공간이자 미래 직업을 체험하는 자리도 되고 있다.
이홍주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이사장(52·광주기독병원 원목실 전도사)은 “이제는 센터가 엑스선, 혈액검사 등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진료 능력이 향상됐다”며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인류애와 인도주의를 배우는 소중한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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