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살해한 40대 1700만원 예금 탐나 8년전 친모도 살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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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생존 꾸며 기초연금 수령

“그날 엄마는 반항하지 않았습니다.”

1일 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박모 씨(48)가 “내가 죽일 놈”이라며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 엄마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했다.

박 씨의 ‘그날’은 8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2009년 6월 18일 낮 12시경 그는 어머니 이모 씨(당시 66세)를 승합차에 태우고 경남 창원시의 한 야산 근처로 향했다. 목적지에 차량을 멈춘 후 그는 어머니의 목을 손으로 졸랐다. 그리고 시신을 창원의 한 야산에 유기했다.

어머니 이 씨는 다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박 씨는 이날 오전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며 퇴원시킨 뒤 범행을 저질렀다. 이유는 돈이었다. 박 씨는 18년 전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추락해 허리를 다쳤다. 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매달 산업재해보상보험금 150만 원을 받아 살았다. 2006년에는 회사 합의금 50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장애를 핑계로 아무 일도 하지 않다 보니 늘 생활이 쪼들렸다.

수년 전 남편을 잃은 이 씨는 자활근로를 하며 두 아들을 어렵게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아들의 장애를 자기 탓으로 생각했다. 아들이 짊어진 병원비 부담이 너무 커 보였다. 이 씨는 아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1700만 원가량이 든 통장을 꺼내 보였다. 입원 중에는 “내가 죽어야지, 자식에게 부담만 주고…”라는 말을 자주 했다.

어머니의 걱정과 달리 아들은 돈 욕심이 앞섰다. 급기야 자기 손으로 어머니를 살해했다. 범행을 저지르는 아들 앞에서 어머니는 두 손을 모은 채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2010년 창원시 야산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 시체의 유전자(DNA)는 이 씨와 일치했다. 박 씨는 어머니가 보여준 예금뿐 아니라 전세보증금 700만 원도 가로챘다. 그리고 2010년 3월부터 올 1월까지 어머니가 생존한 것처럼 꾸며 83회에 걸쳐 1100만 원가량의 기초연금을 타냈다.

경찰은 2011년 8월 자취를 감춘 장기 가출 여성 A 씨(당시 44세)를 최근 재수사하던 중 당시 동거남인 박 씨에게 주목했다. 박 씨가 어머니 명의로 기초연금을 부정하게 수령한 걸 확인하고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의 추궁 앞에서 박 씨는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라며 자백했다. 그는 경찰에서 “(범행 후) 어머니가 4번 정도 꿈에 나타났는데 너무 아픈 모습이었다”고 뒤늦게 후회하며 “빨리 사형시켜 달라”고 말했다.

박 씨는 동거녀 A 씨에 대해서 처음엔 “모르겠다”고 잡아뗐지만 결국 자신이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범행 후 가명을 쓰며 노숙인 생활을 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26일 박 씨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경찰은 A 씨 시신을 찾고 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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