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습장에서 40대 주부를 납치, 살해하고 달아난 심천우(31)와 그의 애인 강정임(36)이 잠적한 지 3일로 열흘째가 된다. 경찰은 이들을 붙잡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주말에도 경찰관, 의경 500~1000명을 투입해 심 씨의 연고지인 경남 함안, 진주, 마산의 빈집과 무인텔, 야산에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 3일부터는 전국 일제 수색에 들어간다.
심 씨의 부모는 경남 중부에 살고 있지만 범행 이후 연락이 끊겼다. 강 씨 역시 경기도 친정에 어린 아들을 맡겨뒀지만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두 사람이 아직은 도피자금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사팀 간부는 2일 “범행 후 열흘 정도가 지나면 ‘흔적’들이 잡히기 시작한다”며 “(이들도) 그런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자수할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른 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이들은 범행을 계획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만큼 자수나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을 것으로 경찰은 예상한다.
이날까지 경찰에 접수된 제보는 61건. 그러나 확인 중인 2건을 제외하고는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현재 1인당 500만 원인 신고보상금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경찰청 오동욱 강력계장은 “범인 도피를 돕거나 숨겨주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며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경찰은 범행 후 달라진 두 사람의 모습을 담은 수배전단을 새로 만들어 전국에 뿌렸다. 이들은 범행 이틀 뒤인 26일 오후 전남 순천의 미장원에서 태연하게 머리를 손질했다. 심 씨는 스포츠형으로 짧게 자르고 귀 윗머리에 일자로 스크래치 두 줄을 냈다. 강 씨는 단발로 잘랐다. 경찰은 이들이 미장원과 PC방 등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거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확보해 언론사에 제공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4일 오후 8시 반경 경남 창원 외곽의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손모 씨(47)를 납치해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하고 신용카드로 410만 원을 인출한 혐의로 수배됐다. 범행에 가담했다가 27일 오전 함안에서 붙잡힌 심 씨의 6촌 동생(29)은 강도 살인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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