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 가면 안내로봇(에어스타)이 여행객을 반갑게 맞는다. 배낭을 멘 어린이를 형상화한 키 1m 정도의 원통형 로봇이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기능이 탑재된 에어스타는 출국장 곳곳을 누비며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인사를 나누고 공항 시설을 안내한다. “○○항공 △△△편을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해?”라고 물으면 “□□게이트입니다”라고 답한 뒤 목적지까지 안내한다. 출국장 안내 업무를 담당하는 최한나 씨(20·여)는 “사람이 로봇에 다가가면 먼저 말을 걸어 외국인들이 신기하다는 반응”이라며 “국제공항협의회가 실시한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인천공항의 첨단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가 탑승객에게 첨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로봇을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로봇 제작사와 추진한 ‘지능형 로봇 도입 사업’(1단계)이 시작된 것. 전문 서비스 로봇이 국내 다중이용시설에서 운영되는 것은 처음이다.
터미널 1, 3층에 배치된 눈사람 모양 청소로봇의 반응도 좋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청소로봇을 공항 특성에 맞게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5대가 환경미화원의 업무를 돕고 있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4월 면세점에서 여객을 따라다니며 짐을 들어주거나 쇼핑한 물건을 갖고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는 운반로봇을 개발해 시범 운영을 했다. 입·출국장의 각종 업무를 보조하는 도우미로봇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출국장 입구에서 기내 반입금지 물품의 홍보와 회수, 입국장에서는 수하물 수취대 안내 역할을 맡게 된다. 이 밖에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서빙로봇도 테스트하고 있다.
내년에 시작할 2단계 사업에서는 지금까지 서비스인력을 투입하지 않던 업무를 지원하는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입국을 환영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는 로봇이나 체크인업무 담당 로봇,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카트로봇 등이다. 2020년 시작하는 3단계 사업에서는 빅데이터와 AI 기능을 갖춘 첨단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로봇은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대체하거나 감축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일을 보조하는 기능을 담당한다는 게 공항공사의 설명이다. 심야에 근무하거나 육체노동이 많이 들어가는 업무 분야에 투입해 서비스 공백을 메우고 공항 운영의 고도화를 이루는 것이 목적이다. 그동안 비교적 발전 속도가 더뎠던 국내 서비스로봇 산업의 성장을 돕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인천공항은 자동 탑승권 발급, 자동 수하물 위탁, 자동 출입국심사를 도입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편한 공항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는 이 같은 자동화를 넘는 첨단 기술을 도입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국제공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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