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진전되며 사회문제로 부각… 50만명 되는 1인가구 전수조사 보다
당장 지원해야할 위기가구 찾아내야
최근 부산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숨진 뒤 짧게는 보름에서 길게는 4개월 만에 발견되는 일이 잇따랐다. 3일 연제구의 빌라에서 5년 전부터 혼자 살아온 집주인 정모 씨(71)가 사망한 지 15일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지난달에는 동구, 사상구에서 각각 40, 50, 60대 1인 가구 생활자가 세상을 떠나고 보름, 석 달, 넉 달 만에 알려졌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고독사(孤獨死)가 부산의 사회문제로 부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에서는 2015년 88명, 지난해 91명이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부산시는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혼자 사는 약 50만 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4일 시에 따르면 5월 기준 1인 가구는 모두 50만328가구다. 전체 인구 353만7513명의 14.1%에 달한다. 이들 중 6만4989명은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정기 방문하는 사회복지사가 동향을 파악한다. 그러나 나머지 43만5000명은 생활환경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의 홀몸노인은 기초생활수급자 3만1979명을 포함해 13만4217명이고, 가족과 친지가 없는 무연고 노인도 7723명이나 된다.
시는 우선 ‘다복동(다 함께 행복한 동네)’ 사업과 연계해 생활여건이 어려운 1인 가구를 발굴하기로 했다. 동장과 맞춤형복지팀장, 사회복지공무원을 총동원해 앞으로 4개월간 1인 가구를 방문하고 정기적으로 상담한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1인 가구의 방문(房門)을 두드려 응답이 없으면 되돌아왔지만 앞으로는 몇 차례 찾아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면 경찰과 소방 당국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형편이 어려운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안부 확인 사업’도 추진한다. 공무원이 매주 1회 1인 가구를 찾고 주 2회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서구 남부민동이 시범 시행해 효과를 거둔 희망나래단사업을 확대해 추진한다는 것이다. 통장과 전기·수도 검침원과 집배원, 요구르트 배달원이 집집마다 다니며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1인 가구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지원책 없이 민간 영역의 도움을 받는 데 한계가 있고, 혼자 수십∼수백 명을 담당하는 사회복지공무원의 현실을 감안할 때 빈틈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 같은 취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는 쪽방촌 80가구에 고주파 스마트센서를 달아 움직임을 감지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도 노인 가정에 활동 감지 센서를 설치해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자녀의 휴대전화로 연락이 가도록 했다. 학계에선 홀몸노인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한 ‘실내 식물 플랜트’나 ‘로봇 애완견’ 도입도 논의하고 있다.
부산은 뒤처진 상태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최근 고독사에 노출되기 쉬운 홀몸노인을 지원하는 ‘부산시 독거노인 지원 조례’를 발의했다. 그러나 선언적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첨단 기술의 적극적 도입과 함께 홀몸노인 공동생활제, 홀몸노인 친구 만들기 같은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부산복지개발원이 지난해 노인 1500명, 홀몸노인 3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홀몸노인의 61.3%는 1년간 정기적인 모임이 한 차례도 없었다. 부산복지개발원 이재정 박사는 “1인 가구 전수조사보다는 당장 지원해야 할 위기가구를 찾는 게 시급하다”며 “실직을 이유로 고독사 위험군에 속하는 중장년층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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