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고향에선]‘노인복지 천국’ 함평군… 통합복지서비스 눈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3일 전남 함평군 월야면 용두마을 주민들이 경로당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함평군은 양방, 한방, 물리치료, 치과 등 의료진으로 꾸려진 이동진료차량을 매주 마을에 보내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함평군 제공
3일 전남 함평군 월야면 용두마을 주민들이 경로당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함평군은 양방, 한방, 물리치료, 치과 등 의료진으로 꾸려진 이동진료차량을 매주 마을에 보내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함평군 제공
“선상님들(선생님들) 땀시(때문에) 내가 오래 사는갑소. 고맙구만이라.”

3일 오전 전남 함평군 월야면 용두마을. 70여 명이 사는 마을의 최고령인 최영석 할머니(98)가 함평군 이동진료차량을 타고 온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를 반갑게 맞았다. 고혈압이나 관절염, 당뇨를 앓고 있지만 병원 한 번 가기가 쉽지 않은 주민들에게 진료팀은 수호천사나 다름없다. 이날은 진료뿐 아니라 경운기 등 농기계를 수리하고 전기, 수도 점검도 받는 ‘온누리 행복나눔 서비스의 날’이어서 주민들의 고마움은 더욱 컸다. 점심때가 되자 경로당에서는 조촐한 잔치가 열렸다. 주민들은 마을을 찾아준 분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반찬을 만들어서 가져오고 떡과 과일도 내왔다. 유경수 이장(60)은 “읍내를 나가지 않고도 마을에서 모든 일이 해결되니 주민들이 좋아한다”며 “두 달에 한 번꼴로 오는 진료차량을 아들딸이 타고 온 차보다 더 반긴다”고 웃었다.

○ 행복 싣고 달리는 이동차량

함평군이 이동진료차량을 운행한 것은 2011년부터. 농촌 지역 특성상 의료 혜택이 취약한 데다 주민의 3분의 1가량이 65세 이상 노인이어서 찾아가는 진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37인승 중형버스를 개조해 의료장비를 갖추고 주민이 기다리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2년 전부터는 이동치과차량을 함께 운행하고 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골밀도검사 등 기초 검진과 함께 스케일링, 치과 진료를 병행하면서 만성질환자와 중증환자는 전문 의료기관에 치료를 의뢰하는 등 연계 시스템을 갖췄다.

6년간 1017차례 1130개 마을을 누벼 이동진료 혜택을 본 주민이 5만여 명에 달한다. 함평군 인구가 3만4000여 명이니 군민이 한 번 이상은 이용한 셈이다.

매월 ‘온누리 행복나눔 서비스의 날’을 지정해 유관기관과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농기계 점검과 수리는 물론이고 안전사고 예방교육도 한다. 상수도관리사업소는 수도와 전기 점검 및 수리를, 자원봉사회는 빨래와 이·미용 봉사를 한다. 함평경찰서는 농기계 야광반사지를 보급하는 등 안전 지킴이로 나서고 있다.

정재을 함평군 기획감사실장은 “이동진료와 연계한 이·미용 봉사, 농기계 수리, 무료 법률상담 등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함평만의 독특한 시책”이라고 말했다.

○ 실버 복지의 천국

올해 함평군의 전체 예산은 3079억 원이다. 이 중 복지예산 비율이 18.97%다. 농업 분야(20.76%)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이는 함평군이 복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함평군은 올해 맞춤형 복지팀을 신설하고 ‘가가호호 방문단’을 구성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고 있다. 가가호호 방문단은 주민이 주민을 돕는 참여형 네트워크다. 사회단체, 자원봉사자회, 이장단 등으로 구성된 436명이 9개 읍면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위기 상황에 처한 취약계층을 찾아내 도움을 주고 있다.

어르신들이 활기찬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힘은 덜 들이면서 고소득을 올리는 실버양봉은 노인복지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첫발을 뗀 실버양봉은 현재 224농가가 총 1만3000여 군을 사육해 연간 32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농가가 생산한 벌꿀은 품질검사를 거친 뒤 ‘함평나비벌꿀’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출하돼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함평군은 사회 안전망 확충에도 힘써 함평천지종합복지관을 비롯해 월야·나산·손불 노인복지센터 등을 준공했다. 무료급식소를 확대하고 375개 전 경로당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경로당 지원비를 크게 늘렸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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