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화산섬-용암동굴’ 세계적 생태관광지로 발돋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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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 등재 10주년 맞아 10일까지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열려
지난 8년간 경제효과 10조원대… 지역주민 소득연계는 걸음마 수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아 핵심 지구인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 일대에서 트레킹 행사가 펼쳐졌다. 거문오름국제트레킹위원회 제공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아 핵심 지구인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 일대에서 트레킹 행사가 펼쳐졌다. 거문오름국제트레킹위원회 제공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등이 높이 솟아 하늘을 가렸고 발아래 바위는 푸른 이끼로 덮였다. 인류보다 오랜 시간을 보낸 양치식물도 곳곳에서 손을 벌린 가운데 상큼한 숲 향기가 가득이다.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옮겨가는 휘파람새, 직박구리의 울음소리가 숲의 정적을 깨뜨리기도 했다. 후텁지근한 장마 기운이 감싸다가도 용암 함몰구 주변에서는 에어컨 바람보다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기도 했다. 2일 찾은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 ‘용암길’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원시의 제주 모습을 엿보는 듯했다.

‘2017 세계자연유산제주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이 10일까지 열린다. 세계자연유산거문오름국제트레킹위원회(위원장 강만생)가 마련한 이번 트레킹은 1일 개막했다. 트레킹 코스는 용암길 5km를 비롯해 오름 분화구와 능선을 도는 태극길 10km 등이 있다. 이 행사는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생태관광 모델을 만들어 가는 등 명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10주년이라 더욱 뜻깊다. 2007년 6월 27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유산으로 결정됐다. 한국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김녕굴, 만장굴, 벵뒤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가 세계자연유산 핵심으로 면적은 제주 전체 면적의 10%가량인 188.45km²이다.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 호수를 이룬 화구 등은 지구의 특징과 생성 과정에 대한 역사를 밝혀줄 수 있는 증거를 간직하고 있고 세계 어느 용암동굴보다 동굴 생성물 등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전 국민이 펼친 범국민서명운동 등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해외 유수의 TV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들이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집중 조명했고 국내 교과서에 세계자연유산 등재 내용이 실렸다. 세계자연유산은 제주도가 보유한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과 함께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 타이틀의 핵심이기도 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제주는 ‘국내용 휴양관광지’에서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제주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세계자연유산으로 유발한 관광객 380만 명이 지출한 비용과 파급 효과 등을 합치면 경제효과는 10조3508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외국인 인지도는 2008년 12.5%에서 2015년 59.6%로 급상승했다. 한라산 관음사 탐방 코스에서 만난 미국인 레이철 로버트슨 씨(23·여)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여행을 결정했다”며 “직접 와서 보니 원시적인 숲, 뻥 뚫린 경관, 화산 분화구 등이 너무나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세계자연유산 제주’를 알리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지만 화산섬, 용암동굴 등을 소재로 한 상품 개발, 생태체험 프로그램 등은 여전히 부족하고 지역주민 소득과의 연계도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홍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당시 권고에 따라 핵심 지역 내 사유지를 대부분 매입했고 탐방예약제, 친환경 작물 재배, 학술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인이 보고 싶어 하는 유산이 되도록 관리체계를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제주 화산섬 용암동굴#세계자연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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