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입원자 중 스스로 치료를 택한 환자가 사상 처음으로 강제입원 환자보다 많아졌다. 강제입원을 까다롭게 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5월 30일)된 지 한 달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정신병원 및 정신요양원에 입원하거나 입소한 환자가 지난달 23일 기준 총 7만6678명으로, 개정법 시행 전인 4월 말(7만7081명)보다 403명 줄었다고 5일 밝혔다. 하지만 전체 입원자 중 환자 본인이 입원치료에 찬성한 자의입원자는 같은 기간 2만9997명에서 4만1364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입원자 중 자의입원자의 비율도 38.9%에서 53.9%로 늘었다. 자의입원율이 50%가 넘은 것은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1년(6.7%) 이후 처음이다.
복지부는 강제입원 필요성을 추가 진단 전문의가 판단하도록 한 개정법이 시행된 뒤 증상이 심하지 않은데도 지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강제입원 생활을 이어온 이른바 ‘사회적 입원’ 환자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조현병 환자 A 씨(55·제주)는 지난달 10년 만에 정신요양원에서 퇴소해 지역 내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자의입원율이 83∼88%인 이탈리아 독일 등 선진국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의료진이 환자와 가족을 설득해 스스로 입원을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퇴원 환자들의 사회 적응을 도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 복지부는 올해 추경 예산에 퇴원 환자 관리를 위한 정신건강전문요원 370명의 인건비를 반영했지만 여전히 전문요원 1명이 돌봐야 할 환자는 70명이 넘는다.
당장은 같은 병원의 동료 의사가 검증해도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예외 규정을 둬 ‘대규모 퇴원 사태’를 피했지만 내년 1월부턴 다른 병원 소속 의사의 판단을 거쳐야 하므로 인력 부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