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 합동단속에 나선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들이 한 고액체납자의 가택수사를 한 뒤 찾아낸 고가의 명품가방과 귀금속을 침대 위에 펼쳐놨다. 서울시 제공
4일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인 유소연 선수(27) 아버지가 서울시에 2001년부터 16년간 내지 않던 지방세 3억1600만 원 등을 완납한 사실이 알려졌다. 4월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유 선수 아버지 집을 수색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당시 지방세 1000만 원 이상 체납자 가운데 고가의 대형주택 거주자와 해외 출입국이 잦은 사람 등을 대상으로 가택수색을 벌였다. 값비싼 집에 살고 있는 유 선수 아버지도 대상이었다. 38세금징수과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드러난 사례다.
38세금징수과의 38은 ‘모든 국민은 납세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에서 따왔다. 이 과의 사무실 벽에는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는 큼직한 글귀가 붙어 있다. 38세금징수과는 지난해 7월 방영된 OCN 드라마 ‘38 사기동대’로 명성을 얻었다. 세금 징수 공무원 백성일 과장(마동석)과 사기꾼 양정도(서인국)가 합심해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사기를 쳐 세금을 받아낸다는 이야기다. 바로 이 과를 모델로 했다.
38세금징수과는 지난달 미국까지 진출했다. 베테랑 직원 두 명을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로 파견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체납자 575명을 찾아 나섰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재외국민등록을 신고한 체납자 28명의 거주 정보를 확보했다. A 씨는 한국의 재산을 정리한 뒤 취득세 6000만 원을 내지 않고 이민을 왔다. B 씨 역시 10년 전 부동산을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 5000만 원을 미납하고 바다를 건넜다. 이들 체납자 가운데는 세금 체납 사실을 모른 경우도 있었다. 또 미국에 오면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물론 한국 공무원이 미국에서 가택수색을 할 순 없었다. 그러나 체납자에게 경각심을 주고 홍보효과를 높이기에는 충분했다고 보고 있다. 자신들이 체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앞으로 고국을 드나들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고지했기 때문이다. 38세금징수과가 세금을 낼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켰다는 얘기다.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납세의무가 소멸되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서울시는 2011년 법무부 출입국 관리시스템과 연계해 ‘고액 체납자 출입국 자동 확인시스템’을 구축했다. 고액 체납자의 출입국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해외로 이주한 고액 체납자가 입국하면 즉각 출국금지된다. 영주권자면 6개월간, 시민권자는 3개월간 출국금지를 시킬 수 있다. 영원히 한국에 오지 않을 작정이 아니라면 포위망은 점점 더 좁혀지는 셈이다.
김태수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서울시와 자치구의 지방세 체납자는 65만 명에 달한다. 38세금징수과 직원 1명이 담당하는 체납자는 약 1600명.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 체납자들은 별장의 아궁이나 골프장 클럽하우스 금고, 유령 해외법인 등에 재산을 숨길 만큼 지능적이다. 시민 제보가 절실하다. 서울시 은닉재산시민제보센터에 고액 체납자 관련 제보를 하면 나중에 징수한 세금에 따라 최대 1억 원까지 포상금을 받는다.
● 유소연 “부친 욕설 문자 사과”
한편 5일 유 선수는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해 “많은 분들의 응원과 사랑을 받는 스포츠 선수로서 아버지의 일로 많은 분들께 큰 노여움과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유 선수의 아버지가 지방세를 완납한 뒤 담당 38세금징수과 조사관에게 욕설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한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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