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적용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과정 중심 평가’다. 이는 기존 중간·기말고사처럼 정해진 때 학습 결과를 평가하는 지필고사가 아니고, 학습 과정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살피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다.
과정 중심 평가 방식은 서술형·논술형, 토의·토론 등으로 다양하다. 어떤 방식이든 자기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풀어내는 글쓰기 실력이 뒷받침되는 게 좋다. 오용순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연구소장의 조언을 받아 초등학생 학년별로 글쓰기 연습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아본다.
○ 편지나 동시로 일기 쓰기
초등학교 1, 2학년은 주제 또는 계절별로 구성된 통합교과를 통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수업을 주로 한다. 그림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말하라든지 읽은 내용을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라는 활동이 많다.
이러한 1, 2학년에게는 일기 쓰기가 제격이다. 자기 생각을 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바른 문장과 표현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처음에 학생 대부분은 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쓰므로 가장 기본적 서술 방식인 서사의 개념을 배우기도 좋다.
처음에는 그림일기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가 너무 그림 그리기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게 좋다. 일기 쓰기에 대한 개념과 습관이 잡히면 그림 없는 일기장으로 바꿔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일기는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글이 아니므로 서사 방식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아이가 수필, 편지글, 감상문 등 점점 다양한 형식을 활용하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그날 책을 읽었다면 그 느낌을 감상문으로 쓸 수 있다. 가족과 체험학습을 했다면 기록문을 적어본다. 그날 있었던 일을 동시로 표현해볼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가 쓴 일기를 형식적인 측면에서 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 연구소장은 “띄어쓰기를 포함한 맞춤법, 문단 구분, 전반적인 길이 등을 지나치게 지적하지 말라”며 “아이가 일상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표현했는지에 주목하고 칭찬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책 읽고 감상문 쓰기
3, 4학년은 자기 생각을 그저 자유롭게만 표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논리적으로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학교 수업에서도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이를 적절하게 해결하는 문제해결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나는’이나 ‘내가’ 같은 주어를 사용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강조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독서 감상문을 쓰며 논리적 표현을 연습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감상과 비평을 적으면서 사고력을 키울 수 있어서다.
독서 감상문을 쓸 때는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풍부하고 깊이 있게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쓰기에 미숙한 아이들은 대부분 감상을 어떻게 표현할지 막막해한다.
이때 도서의 종류별 특성을 파악해 본다면 감상문 쓰기가 쉬워진다. 동화는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이나 장면에 대한 느낌, 위인전은 인물의 뛰어난 점을 중심으로 본받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정리해보는 게 좋다. 생태·환경·과학 도서를 읽은 뒤에는 줄거리와 감상을 번갈아 가며 쓰되 책의 소재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녹여 내는 게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한 4학년 학생은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에 대한 책 ‘할아버지 손은 약손’을 읽고 다음과 같은 독서 감상문을 썼다. “내 장래희망은 의사다. 나는 의사가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의사가 위험하고 힘들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정신이 강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직 의사로서의 기초가 많이 모자라다는 걸 깨달았다. … 내 마음속에서 의사의 꿈이 애벌레처럼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 나중에 나도 장기려 박사님과 백인제 교수님을 합친 것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어 이름을 떨쳐야지.”
○ 논술문은 개요부터 탄탄히
5, 6학년이 되면 교과과정에서 현상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교과 학습목표가 ‘알맞은 이유를 들어가며 내 의견을 쓸 수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내 의견을 글로 쓸 수 있다’ 등으로 돼 있어 주장하는 글쓰기를 강조한다.
논술문은 감정 표현에 주력하는 다른 글쓰기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설득에 목적을 두고 타당한 근거를 들어 자기주장이나 생각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논술문의 형식에 맞춰 글을 써보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논술문은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을 갖춰 체계적으로 써야 한다. 오 연구소장은 “자녀가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하지 말고 먼저 개요를 충분히 짠 뒤 그걸 풀어가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조언했다.
서론은 내가 앞으로 무엇을 주장하려는지 소개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읽는 사람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 만한 흥미로운 소재나 문장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본론은 서론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내 주장의 근거를 다른 사람이 납득할 수 있게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써야 한다. 결론에서는 주장을 간략하게 요약하거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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