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들이 교육부 지시를 어기고 관행에 따라 내신성적을 학과별로 분리해 산출했다가 제동이 걸리면서다. 교육부도 예술계 학교의 특성을 무시하고 통합 산출을 고집해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북 전주시에 있는 한국전통문화고 학부모들은 6일 “내신성적을 분리 산출한다는 학교 측의 모집 요강을 믿고 아이를 입학시켰는데 올해부터 갑자기 통합 산출로 바꿔 일부 학생이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학부모와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한국전통문화고는 특성화고에서 2012년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교육부로부터 전체 학생의 내신성적을 통합해 산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이 학교는 기존 방식대로 학과별로 내신성적을 산출해왔다. 매년 만드는 학교 홍보 자료에도 분리 산출한다는 방침을 적시했다. 비록 일반고로 분류됐지만 과별 특성이 완전히 다르고 학생도 과별로 분리 모집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학교의 4개 학과 가운데 1, 2개 학과는 실기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 통합 산출을 하면 해당 학생들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기 비중이 높은 한국회화과와 한국음악과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내신성적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통합 내신이 실시될 경우 일부 학과는 1등급을 받았던 학생이 3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통문화고는 이 때문에 학과별로 내신을 분리해 산출하도록 허용해줄 것을 여러 차례 교육부에 건의해왔다. 전북도교육청도 예술계 고교는 학과별 분리 산출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교육부에 지침 변경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교육부는 3월에 전국 시도교육청 담당자 회의를 열어 ‘일반고의 모든 학생은 내신성적을 통합 산출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교육부의 방침이 확고한 것을 확인한 한국전통문화고는 4월 말 이를 수용하기로 하고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에게 내신성적 산출 방식 변경 방침을 알렸다.
한국전통문화고와 비슷한 여건인 예술계열 고교는 전국적으로 29곳에 달한다.
학부모 김모 씨(56)는 “교육은 학생과 학교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모집 요강을 믿고 지원한 학생들이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 지침대로 시행하더라도 현재의 재학생은 반드시 구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지시를 어긴 학교에도 잘못이 있고 합리적인 성적 산출 방식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교육부의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학생들이 대입에서 피해를 보는 일은 막아야 하는 만큼 유예 기간을 주거나 훈령 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전통문화고는 2002년 전통문화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공립예술계 특성화고로 문을 열었고 2012년 예술계고에서 일반계고로 전환했다.
현재 조리과학과와 공예디자인과, 한국회화과, 한국음악과 등 4개 과에 230여 명이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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