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린생명 앗아간 ‘法밖의 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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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인천 마트주차장 SUV 차량, 7세 남자아이 치어 숨지게 해
아파트 등 ‘도로外 구역’ 분류… 가해자 처벌규정 미흡해 안전 구멍

인천의 한 마트 주차장에서 일곱 살 남자 어린이가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런 마트 주차장이나 아파트 단지 도로는 수많은 차량이 오가지만 현행법상 도로가 아니다. 한 해 발생하는 교통사고 10건 중 4건이 바로 이런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한다.

6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58분경 인천 중구의 한 마트 야외주차장에서 A 씨(42)가 운전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B 군(7)을 들이받았다. A 씨는 B 군을 전·후진하면서 두 번이나 치었다. B 군은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주차장이 비포장이라 웅덩이 같은 곳에 들어간 줄 알았다. 아이를 치었는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 군은 부모의 가게가 근처에 있어 자주 이 주차장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추가 조사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거쳐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사고 현장은 차량이 다니는 곳이지만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분류돼 있지 않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도 마찬가지다. 사유지에 만든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로 외 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나도 공식 교통사고 통계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아파트 단지가 늘면서 교통사고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도로 외 구역(37.1%)이다. 다음으로 이면도로(29.8%), 지방도(19.9%) 순이다. 도로 외 구역의 교통사고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어린이와 노인이다. 그런데도 규정이 없는 탓에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안전대책은 없다. 도로 외 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내면 일반 도로에서와 똑같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성택 neone@donga.com·서형석 기자
#인천#마트#어린이#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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