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는 혼술중 휑한 가슴 채우려 부엌서 홀짝 알코올 질환 여성비율 20% 돌파 #.2 주부 A 씨(59)는 남편과 아이들이 출근하면 부엌 찬장에 숨겨뒀던 소주병을 꺼냅니다. 의상 디자이너 일을 그만둔 뒤 집 안에 갇힌 기분을 잊기 위해 시작한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 벌써 20년째.
가족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취했다가 깨기 위해 독한 술을 선호하는 그. 지난해 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기 전에는 가족도 그가 알코올 중독인지 전혀 몰랐죠.
“술 말고는 허전함을 달랠 길이 없었어요” #.3 A 씨처럼 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이른바 키친 드링킹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국내 알코올 질환자 중 여성 비율이 집계 시작 2004년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었습니다.
지난해 알코올 관련 장애로 병원을 찾은 7만5356명 중 여성 환자는 1만5974명(21.2%). 최근 5년간 남성 환자는 5.1% 줄었지만 여성은 오히려 7.3% 늘었습니다. #.4 더운 여름엔 여성 알코올 질환자가 더 늘어납니다.
최근 3년간 월 평균 여성 알코올 질환자는 7월 8322명으로 겨울(12¤2월) 평균(7661명)보다 8.6% 많았죠.
“더위 탓에 음주량이 늘면서 숨어 있던 문제 행동이 겉으로 나타난다. 여성은 취해도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드물어 병·의원을 찾았을 땐 이미 중증일 때가 많다” 이해국 의정부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5 알코올에 중독되면 이성적 사고와 판단을 관장하고 충동 행동을 제어하는 전두엽 기능이 현격히 떨어집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탈수효소(ADH) 등 해독 물질이 부족해 폐해가 더 심각하죠.
즉 여성 환자에게 “술을 못 끊는 건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몰아붙이면 팔이 부러진 환자에게 팔굽혀 펴기를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6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이 지난해 퇴원 환자 375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이 함께 중독 탈출 교육을 수료한 환자는 그러지 않은 이들보다 퇴원 후 치료를 지속할 가능성이 3배 높았습니다.
퇴원 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평균 6개월 내에 다시 술을 마셨지만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단주(斷酒) 기간이 3년으로 늘었죠. #.7 여성 음주 자체를 문제로 삼는 사회적 편견이 여성 환자로 하여금 병원을 찾는데 더 오랜 기간이 걸리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남성과 달리 수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도 스스로 증상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치료가 더 어려운 여성 알코올 질환자.
이제 사회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2017. 7. 10 (월) 원본| 조건희 기자·조유라 인턴 사진 출처| 동아일보 DB·뉴시스·뉴스1 기획·제작| 하정민 기자·신슬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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