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대학생 A 씨(29·여)가 눈물을 흘렸다. 뒤늦은 후회였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부족했다. A 씨는 ‘오뚝한 코와 갸름한 턱선’을 가지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1000만 원이 넘는 성형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다. 이미 금융기관에 400만 원의 빚도 있었다.
A 씨는 ‘성형 지원 대출’ 광고를 접하고 솔깃했다. 성형수술 목적으로 돈을 빌린 뒤 수술 후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것이다. A 씨는 꿈을 이루는 듯했다. 악몽의 시작이라는 건 짐작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이상한 점도 많았다. A 씨는 ‘잘한다’는 병원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돈을 빌려준 대부업체는 병원을 ‘콕’ 집어 알려줬다. 그렇게 눈과 코, 얼굴 윤곽 수술을 했다. 부기가 빠지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 쉽게 돈을 갚을 줄 알았다. 현실은 달랐다. 매달 원금과 이자로 100만 원 가까운 돈을 내는 것도 버거웠다.
“너희 부모는 이런 일 하는 거 아냐, 집에 찾아갈까?”
대출금 상환이 밀리자 대부업자는 A 씨를 협박했다. 쩔쩔매는 A 씨에게 대부업자는 “인터넷 음란방송에 나가거나 성매매를 해서라도 갚아라”라고 강요했다. A 씨의 머릿속에 택시 운전을 하는 아버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에게 성형수술을 미끼로 불법 고금리 대출을 해주고 폭력과 협박을 일삼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무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수백 명에게 법정 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를 뜯어낸 박모(47) 이모 씨(37)를 구속하고 대부업 관계자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성형수술 환자를 소개받고 수수료를 건넨 서울 강남 일대 성형외과 원장 박모 씨(42) 등 3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부업자 박 씨와 이 씨는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78명에게 약 55억 원을 빌려주고 성형외과 3곳에서 수술을 받도록 했다. 이자는 법정이자율(연 25%)보다 높은 연 34.9%. 병원은 환자 1명마다 수술비의 30%를 수수료로 건넸다. 박 씨 일당은 19억 원가량의 이자와 알선 수수료를 챙겼다. 피해자는 대부분 강남 일대 유흥업소 종사자 등 20대 초반 여성이다. 이들은 유흥업소 실장에게 “성형을 받아 예뻐지면 대우를 더 잘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받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업체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