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 사태 수습위원회 구성 거절… 28일부터 수변무대 등 분산 개최
연극제 따로 열려 후유증 심각할 듯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30년 전통의 ‘거창국제연극제’가 결국 둘로 쪼개진다. 하나 된 연극제를 기대한 연극인들의 기대도 물 건너갔다. 28일 오후 경남 거창군 위천면에서는 ‘같은 듯 다른’ 두 개의 연극제가 동시에 개막한다.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동인 거창군수는 10일 정례조회에서 “연극인들이 제안한 ‘거창국제연극제 수습위원회’ 구성은 시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거창문화재단의 ‘거창한(韓) 거창국제연극제(GIFT)’를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거창문화재단은 거창군이 설립한 재단법인으로 양 군수가 이사장이다.
양 군수는 이날 “기존 ‘거창국제연극제(KIFT)를 개최했던 사단법인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이사장 이종일)와 연극제 공동개최 문제를 논의했으나 이사 12명 전원이 반대했고 수습위 구성에도 부정적이었다”고 설명하면서 “거창국제연극제는 연극인만의 자산이 아니라 거창군민의 공유재산”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창군은 거창문화재단과 함께 GIFT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올해는 따로 열고 이후 ‘공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GIFT는 ‘연극! 찬란한 유산!’을 주제로 28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위천면 수승대 야외극장과 거창읍 일원에서 열린다. 공연장도 축제극장(700석)과 수변무대(1000석)를 비롯해 여러 곳이다.
이날 거창군의 수습위 구성 불가 방침에 따라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도 KIFT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연극인과 지역 진보성향 단체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진흥회를 응원하고 있다. 현모 씨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 국비 지원 안 하면 끝인데…’라는 글을 올렸고, 설모 씨는 ‘관에서 (브랜드를) 도용해도 되는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모 씨는 거창군이 대구 지하철에 ‘거창한 거창국제연극제’ 광고판을 내걸어 ‘헷갈린다’고 하기도 했다.
KIFT의 주제는 ‘자연, 인간, 연극’이며 슬로건은 ‘인생의 빛, 연극의 신화’다.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위천면 빼재로 796 거창연극학교 장미극장, 토성극장 등에서 열린다. 공연장 여건은 GIFT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이에 앞서 ‘거창국제연극제를 지키기 위한 전국연극인모임’(공동대표 최종원 김삼일)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이름으로 연극제가 치러져선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연극인들은 “거창국제연극제가 자멸의 길을 걷지 않도록 희망하며 양측은 심사숙고해 거창국제연극제 수습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서울의 중견 연극인은 “이번 사태로 국제적인 망신과 신뢰도 추락이 우려된다”고 했다. 반면 거창군은 “예산은 군이 집행하고 연극은 예술인이 맡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재정이 어려운 진흥회 형편을 감안하면 계속해서 두 개의 연극제가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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