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삐걱거리는 제주 ‘태양광 전기농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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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폐원지에 발전설비 설치해 20년간 안정된 수익보장” 홍보
사업자 컨소시엄에 대우건설 불참… 설치 늦어지며 감귤농가 피해 우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조성된 태양광 발전시설. 이 같은 시설을 감귤폐원지, 유휴농지 등에 설치해 농가에 고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전기농사’가 수개월 동안 공전하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조성된 태양광 발전시설. 이 같은 시설을 감귤폐원지, 유휴농지 등에 설치해 농가에 고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전기농사’가 수개월 동안 공전하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제주도 제공
“태양광 사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했지만 여태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감귤농사를 포기하는 바람에 잡초로 뒤덮인 과수원이 황무지로 변해가 걱정이 태산입니다.”

11일 제주에서 만난 농민 신모 씨(72·여)는 한숨부터 내뱉었다.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신 씨는 “20년 동안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제주도가 장담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태양광 사업체 직원의 말을 듣고 태양광시설이 들어설 자리에 있는 감귤저장고 시설도 이미 허물었는데 사업이 성사되지 않으면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전국 최초로 추진한 ‘감귤 폐원지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면서 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태양광 전기농사는 제주도가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사업자가 감귤 폐원지나 유휴농지 등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 및 운영해 농가에 20년 동안 확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태양광 전기농사를 짓는 농가는 1만5000m² 면적에 발전설비 1MW 기준으로 연평균 5100만 원의 수익을 얻는다. 같은 면적에서 감귤은 2500만 원, 마늘은 2300만 원의 연평균 수익을 거두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다.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은 당초 4월 착공될 예정이었지만 사업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내부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주사업자인 대우건설이 당초와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측은 ‘20년간 1MW 기준 연평균 5100만 원’의 임대료가 너무 높고 장기간이어서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에는 ㈜한국테크, ㈜원웅파워, IBK투자증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할 특수목적법인(SPC)인 ㈜제주감귤태양광도 지난해 10월 설립됐다. 하지만 제주감귤태양광에 대우건설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4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뒷수습에 나섰다. 고상호 제주도 경제통상국장은 “대우건설이 당초와는 다르게 장기간 사업 참여가 부담스러워 자신들이 책임지고 관리 및 운영해야 하는 사업구조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대우건설과 협의해 8월에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해 농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4월 감귤 폐원지 등을 활용한 태양광발전 보급 사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1111MW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1차 사업으로 145농가가 사업 참여를 신청했고 심사 등을 거쳐 올 3월까지 최종 85농가가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발전용량은 40MW 규모다. 제주도와 사업자는 지난해 12월까지 시범적으로 2MW 사업을 완료하고 4월에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중단된 상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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