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결제시스템 통해 대금 지불”… 부산 정화조 청소업체에 일방통보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전전긍긍
롯데와 부산의 정화조 청소업체가 대금 결제 방식을 놓고 1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해당 청소업체는 “개인정보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항변하지만 롯데는 자사 결제 시스템을 따르지 않으면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산 연제구에서 정화조 청소를 하는 A사는 지난해 7월 20∼22일 롯데케미칼㈜이 소유한 K빌딩을 청소했다. 연제구에는 정화조 청소회사가 3곳이다. 건물주는 이 3개사 중 한 곳을 선택해 정화조 청소를 의뢰한다.
12일 A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05년부터 해당 건물을 청소했다. 그동안 청소 대금은 계좌 이체로 꼬박꼬박 지급됐다. 청소 후 통상 2주, 길어도 한 달이면 결제가 이뤄졌다.
그러나 롯데는 지난해 “거래 업체와의 대금 결제 방식이 펌뱅킹으로 바뀌었다”며 여섯 가지 ‘구매·판매 카드가맹점 발급 서류’를 제출해 달라고 A사에 요청했다. 펌뱅킹은 컴퓨터나 전용 단말기로 금융 정보를 이용하는 법인용 금융 시스템으로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대금 결제 방식이다.
문제는 롯데가 요구하는 서류에 구매가맹점 가입 신청서, 인감증명서, 사업자등록증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한 필수 동의서’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동의서에는 신용 조회, 신용 질서 문란행위 조사, 계약의 체결·유지·이행·관리·개선이 정보 수집 이유로 돼있다. 수집할 정보에는 대출, 보증, 담보 제공 같은 각종 금융 정보가 포함돼 있다.
A사는 제공한 용역의 대가를 받기 위해 법인의 각종 중요 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는 주장이다.
A사 관계자는 “사전에 협의나 합의하지도 않았는데 롯데의 결제 시스템이 바뀌었다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건 대기업의 갑질과 다르지 않다”며 “법인의 정보를 누군가에게 제공할지는 우리가 판단한다. 해킹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롯데는 동의서를 비롯한 펌뱅킹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대금 약 600만 원을 줄 수 없다며 1년째 지급을 미루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받는 건 금융기관을 통한 거래 때문에 필요할 뿐 다른 목적은 없다”며 “다른 거래 업체는 이 시스템을 따르는데 A사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사는 5월 신세계 이마트의 정화조를 청소한 뒤 비슷한 요구를 받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거부하자 이마트는 원래 방식으로 대금을 지급했다.
권구철 변호사는 “사전에 대금 지급 방식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면 롯데가 청소가 끝난 뒤 새로운 지급 방식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개인(법인)정보는 법률로 보호받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7월 둘째 주 수요일(올해는 12일)을 ‘정보보호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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