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이 대학 입시의 학생부 종합전형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내신 공부와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충북 제천여고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선생님 그리고 학교가 함께 해나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학교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고급수학’ 시간에 등장한 ‘외적(外積)’이라는 수학 용어로 시작된 일련의 활동이다. 교과서에 뜻만 제시된 ‘외적’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정의될 수밖에 없는지, 어디에 사용되는 건지, 어떤 과정으로 정의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했다. 선생님께 질문했지만 ‘스스로 탐구해보라’며 웃으셨다. 그래서 우리는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연구를 시작했다.
심화된 수학 내용은 우리 힘만으로 탐구하기에는 너무 큰 도전이었다. 낯설고 어렵기만 한 ‘외적’은 큰 벽이 돼 우리를 좌절하게 만들었고, 포기하고 싶은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우리에게도 해결책은 있었다. 든든한 지원군인 선생님이었다. 우리는 선생님들을 찾아가 계속 질문했다. 선생님들은 우리의 열정을 칭찬하고 전공서적을 보며 함께 탐구했다.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성공적으로 탐구를 마무리했고, 소논문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충북수학축제 주제탐구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무게중심을 배울 때는 이 개념이 어떻게 쓰일지 궁금해졌다. 풍차의 세 날개 끝점을 연결한 삼각형에서 가운데가 무게중심이라는 생각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시기 열렸던 수학체험전에 무게중심과 바람개비를 주제로 참여했다. 바람개비의 중심이 왜 무게중심이어야 하는지 모형을 만들어 부스를 운영했다.
우리 활동계획은 너무 많은 의견 때문에 지지부진하고 힘들었지만 여러 선생님의 조언과 도움으로 부스 운영을 보람차게 마쳤다. 수학체험전을 찾은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이 바람개비를 만들어보고 즐거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제천여고에는 교과에 관련된 내용이나 진로를 탐구하려는 욕구가 생기면 바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심화선택 자율과정, 융합교과 체험축제, 심화주제 탐구발표제, 창의융합캠프, 자율탐구동아리 등 꿈과 열정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특히 무엇이든 질문하면 함께 생각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선생님, 정답 대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알려주면서 힘들 때 도움을 주는 선생님들이 있어 더욱 열정을 키울 수 있다.
유예하 제천여고 3학년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입시, 학교 생활, 교육 정책, 학생·교사·학부모의 삶, 사교육 등 어떤 주제도 좋습니다. 이름, 연락처와 함께 e메일(education@donga.com)로 보내 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