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하게 끝난 ‘완도 전복 황금어장’ 3년 소송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7일 03시 00분


3년전 다시마양식장 권리 싸고 넙도 내리-노화도 미라리 법정行
대법 “구역확인 민사訴 부적합”
패소한 내리 “결국 제자리” 허탈… 승소 미라리, 변호사비용 떠안아
법조계 “허가권 쥔 郡이 중재를”

전남 완도군 노화도는 바닷물이 맑아 1990년대 초반 국내 최초로 전복 양식에 성공했다. 이후 노화도는 전국 전복의 20∼30%를 생산하게 됐다. 노화도 서쪽 미라리와 노화도에 딸린 넙도 내리 어민들은 그동안 폭 4km의 바다에서 오순도순 전복 양식을 했다.

그러다 2013년 그 중간 해상에서 전복 먹이용 다시마 양식장 권리를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넙도 내리 어촌계가 그해 4월 중간 해상 40만 m²에서 양식을 하겠다고 완도군에 신청하자 미라리 어촌계는 같은 해 8월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완도군은 4개월 뒤 미라리의 민원을 받아들여 내리의 양식장 23만 m²의 면허를 취소했다.

발끈한 내리 어촌계는 2014년 미라리를 상대로 민사소송, 완도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연거푸 제기했다. 이에 미라리 어촌계가 대응하면서 쟁송에 돌입했다. 양측은 6, 7차례 만나 조정을 시도했으나 최소 해상경계선 15m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두 어촌계는 16일 뒤숭숭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가 닷새 전 다시마 전복어장 구역을 확인하는 민사소송이 적합하지 않다며 기각했기 때문이다.

내리 어촌계는 ‘3년간 끌어온 민사소송에서 졌다’는 소식에 격앙됐다. 내리 어민 이모 씨(59)는 “마을 어장을 사수하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3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 됐다”며 “완도군이 국가 소유인 공유수면을 공평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소한 미라리 어촌계는 변호사 비용이 큰 부담이다. 미라리 어촌계원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로펌 변호인 5명을 고용했다. 벌써부터 계원 1인당 소송부담액이 1000만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어민 최모 씨(50)는 “가뜩이나 전복 가격 하락 등으로 어려운데, 변호 비용까지 빚으로 남게 됐다”며 걱정했다.

두 어촌계 어느 쪽도 승자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 수출이 중단되고 전복 폐사가 늘고 있다’며 서로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두 어촌계 노인들 사이에서는 ‘이웃사촌끼리 대화로 풀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3년간의 민사소송은 끝났지만 행정소송은 진행형이다. 광주지법 행정2부는 올해 4월 완도군의 ‘양식장 23만 m² 취소’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광주고법 행정1부는 다음 달 17일 2심을 시작한다.

법조계에서는 어장 허가권이 있는 완도군이 더욱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추관호 완도군 수산양식과장(59)은 “협의를 통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지역 여론을 모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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