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외고·자사고 폐지]적법한 절차로 양극화 요소 줄여 나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적법한 절차로 양극화 요소 줄여 나가야
최승후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정책국장문산고 3학년 부장교사
최승후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정책국장
문산고 3학년 부장교사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각각 전두환·김영삼 정권 때,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때 평준화의 단점을 보완하고 수월성 교육을 위해 설립된 학교들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외국어고는 31곳, 국제고 7곳, 자사고 46곳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외국어고·국제고, 자사고가 도입 취지와는 달리 ‘귀족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으로 변질됐다고 보고 일반고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외국어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는 고등학교가 서열화·특권화 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 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하려는 이유는 자명하다. 대학 입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욕망의 매커니즘이 작용한다. 교육은 사라지고 중학교부터 치열한 입시 경쟁만이 남는다. 6년 후 대학 입시를 위해서 많은 학부모들은 값비싼 사교육비를 감내해야 한다.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이 실현되기 보다는 교육의 양극화만 심화되었을 뿐이다. 때문에 이제는 외국어고·자사고 일반고 전환의 로드맵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 없이 이 학교들을 바로 폐지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과정의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고로 전환시킬 로드맵을 만들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

자사고는 5년에 한 번씩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자사고가 3년 이내에 재심사 대상이므로 그때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하지 않는 자사고를 심사에서 탈락시키면 된다. 재정 자립도가 떨어지는 학교의 경우 학급당 인원수를 감축하면 일반고로 전환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자사고는 일반고보다 3배나 많은 등록금을 받고 있지만 교사의 월급, 다양한 프로그램 비용, 강사 수당, 시설비 등으로 인하여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사고가 꽤 많다. 따라서 학급당 인원수를 제한하면 일반고로 자진해서 전환할 자사고가 나올 것이다.

현재 전기고(특목고, 자사고 등), 후기고(일반고 등) 구분을 없애고 같은 시기에 추첨으로 선발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단계별 전형을 폐지하고 추첨으로 선발하면 된다. 자사고는 1단계에서 일정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면접, 자기소개서 등의 전형을 치르는데 이런 단계별 전형을 없애고 100% 추첨으로 학생을 모집하게 하면 된다. 즉, 고등학교의 선발권을 제한하고 모집권만 주는 것이다. 이 경우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하고 있는 일부 전국단위 자사고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이 경우에는 지역단위, 관내로 입학정원을 제한하면 된다.

외국어고·국제고의 경우도 단계별 절차를 밟아서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유기홍 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5학년도 외고·과학고·영재고 진학현황’에 따르면, 외국어고의 5년간 동일 어문계열 진학자는 31.3%에 불과했다. 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도 자사고의 해법과 같다. 전기고와 후기고 선발방법을 폐지하고 같은 시기에 선발하면 된다. 고등학교의 선발권을 제한하고 모집권만 주면 된다. 선발시기를 일원화하면 고교 서열은 당연히 깨질 수밖에 없다.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외국어고·국제고도 5년에 한 번씩 심사를 받으므로 학교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학교는 심사에서 탈락시키면 된다. 또한, 외국어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킨 뒤 과학 중점고처럼 외국어 중점고로 특성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외국어고·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해법을 찾으면 된다. 부족한 부분은 현행법을 개정하면 된다. 현재 재지정을 할 때 기준 점수 60점 미만이면 탈락인데, 이 점수를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후광효과 때문에 몇 년 정도는 이들 학교의 인기가 계속되겠지만 서서히 시들해질 것이다.

끝으로, 문재인 정부에게 조언 한마디. 교육적 방향은 맞다. 하지만 교육문제를 혁명적으로 뒤집기보다는 법적 절차를 밟아서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교육개혁이 더디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다. 한 발 못 나간 후회보다는 반 발 나간 것에 만족하고 두 발 이후를 기약하기를!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과 참여기회 중요
김완수서울 선덕고 3학년 부장교사
김완수
서울 선덕고 3학년 부장교사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교육계에서는 개정교육 과정에 따른 수능절대평가와 내신절대평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며, 다른 한편에서는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외고와 장훈고, 경문고, 세화여고 등의 외고 및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통과시키면서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하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재지정을 하지 않을 법적 근거가 없으며 기준점을 통과했기 때문에 재지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법적인 근거도 없다고 하는 자사고 폐지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자사고와 외고가 공교육의 발전을 저해하고 학교를 서열화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사고에서 대입과 관련된 국·영·수 시수가 증배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을 위해 설립되었다는 본래 취지에도 어긋나고, 외고의 경우는 외국어를 특화로 한 수월성 교육을 위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사교육이나 특권층 자녀를 위한 학교로 전략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업시수 증배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교과서 진도를 맞추기 위해 진행되는 교사 중심의 일방적인 수업 방식보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발표수업, 토론 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의 다양한 활동을 기반으로 하여 학생들의 창의성과 발표력을 기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교사들이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자사고나 외고 교사들의 경우 그 부담감이 더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의 많은 교사들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힘든 가운데에서도 수업 준비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언급한 자사고나 외고가 학교를 서열화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중학교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지원하는 방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원 순서가 특목고를 먼저 선택하고 다음으로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특목고와 자사고에 먼저 지원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고에는 우수한 학생이 없다는 것이다. 특목고 선발에서는 중학교 내신이 들어가고 외고의 경우에는 영어성적이 활용되지만 자사고에서는 인성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게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외고는 영어 성적은 보지만 전체 성적을 토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자사고는 성적이 좋은 학생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 면접을 통해 진로와 학업에 대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다.

또한 자사고나 외고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혀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고교평준화정책에서 나타난 하향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평준화 정책 내에서 수월성을 추구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해서 수월성 교육을 한다기보다는 학습 의욕이 높고 학교의 수업방향을 선호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준화 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동시에 실시한다고 보아야 한다. 자사고나 외고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학습 분위기와 생활지도 면에서 일반고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서 보내는 학부모들이 많다.

학생들의 능력이나 적성, 학업역량에 따라 다양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자사고나 외고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일반고에서는 학교활동 강화 등을 통하여 좋은 대입 결과를 만들어 내면서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학교 간의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학교 프로그램이 다양화되면서 교육 전체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주변 학교와 비교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학생 스스로 학업적인 부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현재 학교 시스템에 대해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며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면서 경쟁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만든 것처럼 학생들의 다양한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사고와 외고 폐지는 유보되어야 한다.


#교육#에듀플러스#외고#자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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