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 지인을 만나러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찾은 인기 개그맨 A 씨(50)는 모기떼의 ‘습격’을 받았다. 시원한 맥주를 즐긴 뒤 후배가 부른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다 모기떼가 발과 목, 팔을 집중 물어댄 것이다. 10여 곳을 물린 A 씨는 다음 날 자신을 불렀던 후배에게 ‘어제 송도국제도시에서 모기에게 제대로 헌혈했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 송도국제업무단지 G아파트에 사는 최모 씨(27·여)는 모기에 물려 몸에 성한 곳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다. 최 씨는 “국제도시라는 송도에 이렇게 모기가 많다는 데에 한 번 놀랐고, 방역당국이 사실상 손놓고 있는 것 같아 두 번 놀랐다”고 말했다.
#3. 포스코건설㈜에 다니는 김모 씨(45)는 요즘 다섯 살 난 딸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모기에 물려 가려운 곳을 긁어대느라 급기야 피가 나는 딸을 보기 안쓰러워서다. 김 씨는 “며칠 전에도 집에 모기가 들어와 앵앵거려서 새벽잠을 설쳤다”며 “봄부터 미리 방역을 했다면 주민들이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이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일본뇌염 매개모기가 처음 발견돼 더욱 긴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방역을 책임지는 연수구가 본격적인 여름철이 되기 전에 방역에 신경 쓰지 않은 바람에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서 모기를 비롯한 해충의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방역체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면적 10만 m²를 넘는 공원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방역을 맡고 있다. 그런데 방역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인천경제청은 인천시시설관리공단에 사실상 하청을 맡기고 있다. 반면 10만 m² 이하의 중소형 공원은 연수구가 방역을 담당한다. 길거리와 모기 유충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웅덩이 소독도 마찬가지다.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는 자체 방역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모기 등 해충이 발생하면 민원을 어디에 제기해야 할지 헷갈리게 마련이다.
연수구는 주간과 야간에 지붕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송도국제도시가 워낙 넓어 효과적이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연수구는 송도국제도시를 6개 지역으로 나눠 전문 업체에 방역을 위탁하고 있다. 연수구보건소 관계자는 “낮에는 공사 현장의 웅덩이와 나대지를 중심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며 “보건소 방역 차량 1대는 송도에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고 위탁업체 차량 2대도 수시로 방역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송도국제도시가 바다를 메운 간척지에 세운 도시인 데다 곳곳에서 여전히 공사가 벌어지고 있어 모기가 서식할 환경으로 적합하다는 것도 모기떼 출몰의 원인으로 꼽힌다.
인천에서는 11일 중구 북성동에서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주 정도 빠르다. 질병관리본부는 4월 4일 제주에서 작은빨간집모기가 올해 처음 발견되자 전국에 일본뇌염주의보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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