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여름휴가철, 피서를 떠나는 미국인들은 지난 8년간 느껴 보지 못했던 허전함에 시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책 추천해주는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자리에 책하고는 담을 쌓은 ‘TV광’ 도널드 트럼프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책방을 찾았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동네 서점에 들러 책 쇼핑을 즐기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 지난해 휴가용 책으로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묵직한 책들을 소개했다. 남북전쟁 전 자유를 찾기 위해 북부로 잠입하는 노예들의 모습을 그린 ‘지하 열차(The Underground Railroad)’와 지구 종말에 대처하는 인류의 모습을 그린 공상과학(SF) 소설 ‘세븐이브스(Seveneves)’가 대표적이다. 오바마는 “독서를 통해 정신없는 일과에서 숨을 돌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사안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잠잠한 동안 재계와 대학들은 ‘트럼프 시대의 이해’와 ‘다양성’ 등 시의적절한 주제를 중심으로 피서용 책들을 추천했다. 매년 ‘여름 리딩리스트’를 공개하는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아프리카 대륙의 첫 여성 대통령인 라이베리아 엘런 존슨설리프의 전기 ‘마담 프레지던트(Madame President)’와 ‘트럼프 시대’의 외교 지형을 다룬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장의 ‘혼란의 세계(A World in Disarray)’ 등 11권을 소개했다.
JP모건은 17년 만에 최초로 어린이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유명 여성 과학자 50명을 화려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는 ‘세상을 바꾼 50명의 겁 없는 개척자(Women in Science: 50 Fearless Pioneers Who Changed the World)’는 양성평등과 ‘스템(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이라는 ‘핫’한 화두를 모두 다룬다.
새 학기 준비에 분주한 대학들이 신입생에게 가장 많이 추천한 책으로는 미국 인권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자서전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Just Mercy)’이 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은 월터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논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년간 최소 70개 대학이 이 책을 신입생들에게 읽게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선거 약 일주일 전 인터뷰에서 추천할 만한 책으로 자신이 저자인 ‘거래의 기술’과 ‘정상에서 살아남기’를 추천했다. 자신이 쓰지 않은 책 중 극찬했던 것으론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서부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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