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국 교장, 야구부 해체 전제로 “야구부 독점 운동장 학생에 개방”
“운동장 빌미로 야구부 해체 안돼”… 동문-학부모, 교육청에 탄원서
37년 전통을 자랑하며 미국 메이저리거까지 배출한 인천 서흥초등학교 야구부가 해체 위기에 처했다. 김지국 서흥초교 교장은 24일 “서흥초교 야구부 해체를 전제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야구부가 주로 사용하는 운동장을 다수의 학생이 이용하는 시설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흥초 야구부원과 학부모들은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야구부 존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인천 동구도 “야구부 해체를 중단시켜 달라”는 공문을 최근 인천시교육청에 전달했다. 동구는 이와 별도로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투수로 활동하고 있는 인천 동산고교 출신 류현진 선수를 기리는 거리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서흥초 야구부 해체 논의는 지난달 중순 시작됐다. 서흥초는 올해 입단한 야구부원들에 대한 위장전입 여부를 파악하는 전수조사를 주민자치센터에 요청했다. 학교 관계자는 “동구에 거주하지 않는 야구부원은 불법이고 자격이 없으니 다른 학교로 전학 가서 야구를 하든지 아니면 야구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15명인 야구부원 가운데 일부는 부모의 생업 등을 이유로 사실상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중등교육법령에 따르면 중학생 이상의 체육특기자만이 운동부를 보유한 학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초등학생은 거주지 근처 학교에만 다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천지역 108개 초등학교의 1031명이 학교 운동부에 등록돼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체육특기자로 분류할 수 없어 원거리 학교 전·입학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야구부나 축구부에 들어가기 위해 위장전입이 빈번히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에 낸 탄원서를 통해 “야구부원의 위장전입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초중등교육법에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다른 이유도 제시한다. 학교 관계자는 “다수 학생이 야구부 때문에 학교 운동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구부가 외부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할 때를 제외하면 연중 운동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2015년 5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선포한 ‘어린이 놀이헌장’에는 ‘어린이는 자유롭게 놀거나 쉴 수 있도록 놀 터와 놀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서흥초 동문과 야구부 학부모들은 “위장전입과 운동장 사용을 빌미로 전통 있는 야구부를 하루아침에 폐지하는 것은 교장의 횡포”라고 꼬집었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야구부의 운동장 사용을 약속한 대로 지켜 일반 학생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학교장이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시교육청에 야구부 폐지 공문을 요청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흥초는 지난해 인고배 야구대회와 부천협회장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에서도 3위에 오르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국내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코치 송지만과 메이저리거 최지만을 비롯해 송은범 노성호 최금강 신민재 등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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