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서울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모처럼 편히 잤을 듯 하다. 최저기온 24.3도로 ‘열대야’는 없었다. 가시거리도 20km를 넘어 파란 가을 하늘 같은 날씨가 펼쳐졌다.
열대야 기준(최저 25도)은 아니더라도 불쾌지수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밤은 제법 쾌적했다. 이유는 습도에 있다. 25일 밤과 26일 아침의 습도는 65% 안팎으로 6월 초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많은 비가 내린 23일 일요일부터 24일 밤까지의 습도는 80%를 훌쩍 넘겼다.
습도가 높으면, 즉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으면 한여름 달아오른 열기를 수증기가 붙잡아 가둔다. 수증기가 이 열을 해가 진 밤 사이 천천히 내뱉는다. 이 때문에 해가 지고 한 밤중이 되어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습도가 낮으면, 해가 지면서 기온이 떨어지기 쉬운 조건이 된다. 실제 서해안과 동해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방에서 25일에 비해 26일의 아침 기온이 떨어진 걸로 나타났다.
기온이 같더라도 습도가 낮으면 더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체온 조절에 유리해서다. 습도가 높으면 몸에서 난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해 체온을 효율적으로 내려주지 못한다. 불쾌지수도 습도에 비례해서 높아진다. 체온 조절과 감정 조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습도 하나로 잡을 수 있다.
지난 밤은 왜 습도가 낮았을까. 여름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일시적으로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일기예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는 한반도 5.5km 상공에서 확인할 수 있다. 26일 아침 북태평양 고기압은 남쪽으로 크게 밀려나고 뚝뚝 끊어져 있었다. 태평양 곳곳에서 발생한 작은 태풍들도 거대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힘을 뺀 모양이다. 약해지고 밀려난 틈새로 차고 건조한 바람이 우리나라 높은 하늘을 흐르고 지나갔다. 높은 하늘의 공기 흐름은 날씨의 ‘추이’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특히 중부지방이 조금 건조해지고 조금 시원해졌다.
‘한여름에 찾아온 선물’ 같은 초가을 날씨는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전망이다. 당장 26일 오후 북태평양 고기압은 다시 하나로 뭉쳤다. 이번 주 주말에는 다시 북태평양 고기압이 중부지방까지 밀려온다. 그 가장자리에 장마전선이 있다. 곳곳에 떨어질 수 있는 물폭탄 집중호우도, 그 뒤에 이어질 찜통더위도 마음먹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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