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백령심청연꽃축제 열려… 온양 백련-홍일연도 볼 수 있어
‘한여름 밤의 작은 음악회’도 진행
27일 제1회 백령심청연꽃축제가 열린 인천 옹진군 백령도 심청연꽃마을. 10년간 백령도 자생연을 키우고 있는 김진일 연꽃마을 촌장이 심청전을 주제로 한 연꽃 테마공원을 설명하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백령도 연꽃은 다른 지역보다 꽃이 훨씬 많이 핍니다. 뿌리가 튼실하고 굵은 심까지 박혀 있어 식용보다는 관상용으로 제격입니다.”
27일 옹진군 후원 제1회 백령심청연꽃축제가 열린 서해 최북단 섬 인천 옹진군 백령도 연꽃마을. 김진일 연꽃마을 촌장(60)은 축제를 주관하면서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촌장은 백령도 해역의 임당수(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을 기리기 위해 10년 전부터 연꽃을 키워왔다.
김 촌장은 백령도에서 자생하는 홍련(紅蓮) 씨 150톨을 구해 2007년 연꽃 밭을 일궜다. 2년 뒤에는 백령도 연꽃을 ‘심청연’이라고 이름 붙여 토종 종자로 농촌진흥청에 품목 등록을 했다. 작은 논에서 출발한 연꽃밭은 이제 7만 m² 규모로 커졌다. 심청연뿐만 아니라 ‘온양 백련’ ‘강진 백련’ 같은 다른 지역의 토종연을 비롯해 홍일연, 황련 등 20여 종이 자란다.
김 촌장은 고교 시절부터 앓아온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에서 음악 활동을 접고 1986년 백령도에 들어왔다. 결혼한 지 2년 만이었다. 공기가 좋다는 백령도에서 무작정 살다 보니 6개월 만에 건강을 되찾았다. 14년간 앓던 폐렴 말기 증세가 사라지자 의사도 깜짝 놀랐다. 백령도에서 두 딸까지 낳자 아예 정착을 해버렸다.
그의 꿈은 백령도 심청연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1000년 전 백령도 연화리 연못에서 홍련이 피어났다고 합니다. 중국 상인에게 팔려가던 심청은 백령도 두무진 앞바다 임당수에 뛰어들어 연꽃으로 환생하지요. 그 자리가 연봉바위로 남았다고 합니다.”
원래 연화리 곳곳에서는 연꽃이 많이 피었다. 그러나 6·25전쟁 때 북에서 온 피란민들이 연꽃밭을 논으로 개간하면서 연꽃 자취는 거의 사라졌다. 김 촌장은 연화리의 교회 장로가 명맥을 잇던 자생연 씨를 분양받아 연꽃마을을 조성한 것이다.
옹진군은 2015년부터 연꽃마을을 ‘농촌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군의 지원금을 활용해 김 촌장은 연꽃밭 둘레의 논두렁에 나무보도를 깔고 물레방아, 원두막, 인공폭포도 만들었다. 연못 가운데와 둘레길에는 심청이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 심 봉사가 갓난아이 심청을 안고 동냥젖을 먹이려는 장면, 심 봉사와 심청의 상봉 순간 등 심청전을 주제로 한 조형물 15개를 설치했다. 꽃대가 뒤틀려 올라오는 황련을 ‘뺑덕어미연’, 연꽃이 활짝 만개하지 못하는 홍련을 ‘심 봉사연’으로 작명해 꽃밭 앞에 푯말을 붙여놓았다.
이날 열린 ‘한여름 밤의 작은 음악회’에는 김 촌장과 인연이 깊은 음악인들이 무대에 올랐다. 경기민요 무형문화재 정경숙 씨를 비롯해 백령풍물패, 전통무용가 등이 3부로 나눠 공연했다.
김 촌장의 작은딸(26)도 심청처럼 아버지를 돕고 있다. 작은딸은 연꽃밭 주변에 스마트폰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팜’을 만들어 사계절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농업인후계자인 그는 연꽃마을을 농업과 연계한 테마공원이 될 수 있도록 딸기 가공센터 및 체험장을 짓고 있다. 윤삼용 옹진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백령도의 상징인 심청을 주제로 효(孝) 테마파크와 백령도 최초의 딸기 스마트팜이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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