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왜 10년 넘게 당했나
1주일 단위로 의류 제작 ‘스폿’ 방식… 가게 옮기면 수천만원 재고 부담
▼ 상인들 왜 10년 넘게 당했나 ▼ ‘문제 상인’ 찍히면 다른 상가에도 입점 거부당해 1주일 단위로 의류 제작 ‘스폿’ 방식… 가게 옮기면 수천만원 재고 부담
서울 동대문 D의류상가 도매상인들은 동대문 특유의 의류 생산 방식 때문에 상가운영회의 부당한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시장 반응을 주시하면서 일주일 단위로 디자인을 바꿔 소량 제작하는 이른바 스폿(Spot) 생산 방식이어서 운영회의 점포 이주 요구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상인들이 운영회 측 요구에 불응하다 아예 다른 상가로 가게를 옮기게 되면 새 장사를 준비하는 2, 3주 동안 그전에 만든 옷은 유행이 지나버려 재고로 남게 된다. 통상 보름 치 재고가 쌓이면 손실액은 3000만∼5000만 원에 이른다.
운영회의 ‘착취’를 피해 다른 상가로 옮기기도 쉽지 않다. 다른 상가의 운영회도 운영회 측과 갈등을 빚고 나온 상인은 ‘문제 상인’으로 간주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의류 도매상은 국내 최대 시장인 동대문에서 밀려나면 기존 수입을 유지하기 어렵다. 간신히 쫓겨나지 않았더라도 한 번 미운털이 박히면 상가 내에서 점포를 자주 옮겨야 하거나 입점비나 퇴점비 등의 액수가 더 늘어난다.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8시인 ‘올빼미 영업시간’도 상인들이 문제 제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한 상인은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도 휴식을 취해야 할 낮에 깨어 있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D상가의 상인은 약 80%가 여성이다. 이들 대부분이 오전에 잠깐 눈을 붙이고 오후에는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숨죽이던 상인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까지 크게 줄자 “더는 못 견디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서울연구원의 지난달 발표를 보면 올 2분기 동대문 관광특구 상인들의 매출 체감도는 사드 사태 전인 전년 동기의 50∼60%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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