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 옥정신도시에 사는 고정현 씨(34)는 업무 때문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해 성남시를 자주 오간다. 국도 3호선을 이용해 의정부 나들목까지 22km를 운전한다. 상습 정체 구간이라 고속도로에 오르기까지 40분가량 걸릴 때도 있다. 그래서 고 씨는 구리∼포천고속도로 개통을 기다렸다. 집에서 5분 거리 지점에 양주 나들목이 설치되기 때문이다.
6월 30일 개통 후 구리∼포천고속도로에 오른 고 씨는 황당했다. 외곽순환도로와 연결되는 갈림목이 없어서다. 두 고속도로가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다. 남양주 별내신도시에서 두 고속도로는 정확히 위아래로 교차된다. 어쩔 수 없이 돌고 돌아 성남 방향으로 가면서 고 씨가 낸 요금은 4700원. 기존 경로보다 1100원이나 비쌌다. 고 씨는 “돈은 더 내고 시간은 더 걸리고, 도대체 이런 고속도로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개통 한 달을 갓 넘긴 구리∼포천고속도로(지선 포함 50.6km)가 운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기 남부로 가려면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두 도로가 직접 연결되지 않은 탓이다. 기자가 지난달 28일 오후 구리∼포천고속도로 남별내 나들목에서 외곽순환도로 구리 나들목까지 직접 달려봤다. 만약 두 도로를 잇는 갈림목이 있었다면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국토교통부가 안내한 우회 경로인 중랑 나들목과 북부간선도로를 거쳐 외곽순환도로로 갈아타는 데 10분이 걸렸다. 그나마 상습 정체 구간인 북부간선도로의 교통 상황이 좋을 때 측정한 것이다.
1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경기도와 구리시 포천시는 2013년 “국가 예산 1조2931억 원을 들인 도로가 ‘반쪽’에 그친다”라며 두 고속도로를 연결할 갈림목 설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부 노선 검토 단계에서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일산∼퇴계원)의 교통량 감소를 우려해서다. 민자로 건설된 이 구간은 정부와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협약에 따라 통행량이 예측치보다 적으면 정부가 적정 수입을 보전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 운영 업체에 2466억 원이 지급됐다. 지난해까지 정부가 민자도로 수입 보전에 쓴 돈은 3조2521억 원에 이른다.
갈림목이나 나들목을 설치하지 않는 건 수원∼광명 및 광주∼원주고속도로 등 민자고속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당장 투자비를 아끼고 통행 수요를 독점할 수 있어서다. 2009년 개통한 용인∼서울고속도로에서는 뒤늦게 경부고속도로와 연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우제 국토부 도로투자지원과장은 “운전자는 불편할 수 있지만 사전 검토 단계에서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국가재정이 부족해 민간자본을 유치했지만 민자고속도로는 기본적으로 국민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이라며 “혈세 낭비를 줄이고 이용자 편의를 위한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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