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업가 권모 씨(35)는 지난해 7월 25일 밤 자택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자정을 넘기자 일행은 하나둘씩 잠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잠들지 않은 전모 씨(27·여)는 슬며시 옷방에 들어갔다. ‘유병언 점퍼’로 알려진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 재킷, 3000만 원이 넘는 ‘반클리프아펠’ 팔찌, 10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가방 등 비싼 물품이 가득했다.
취기가 오른 전 씨는 권 씨에게 갑자기 심한 질투심을 느꼈다. 그는 커터로 에르메스 가방의 안주머니 5개를 모두 도려냈다. 로로피아나 재킷도 찢었고 팔찌는 구부려 못 쓰게 만들었다. 전 씨는 순식간에 판매가 1억1000만 원이 넘는 물품을 망가뜨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자리에 들었다.
며칠 뒤 권 씨가 전 씨를 추궁했다. 전 씨는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갔나 보다. 미안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권 씨에게 보냈다. 그러나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전 씨는 “범행을 시인하지는 않았다”며 발뺌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부장판사 이형주)은 2일 재물손괴 혐의로 전 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험칙상 범행을 저지르지 않고서 (범행을 인정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며 권 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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