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잠수교 백사장’ 결국 없던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집중호우 예보로 8월 중순 연기… 주관업체 “비용 많이 든다” 포기
“전시행사로 시민 혼란만…”지적

한강 잠수교에 모래 800t을 깔아 도심 속 해변을 만들려던 서울시 계획이 취소됐다. ‘잠수교 백사장’ 행사를 주관한 민간업체가 “추가 비용이 많이 든다”며 사업 철회를 요청했다. “좋은 행사가 안타깝게 취소됐다”는 의견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시민의 혼란만 불러왔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지난달 27일 25개 한강다리 가운데 이용자가 가장 많은 잠수교에 모래사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8∼30일 사흘 동안 잠수교 남단 달빛광장부터 다리 중간까지 300m 구간에 모래를 깔고 워터 슬라이드, 파라솔 등도 설치해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서울판 ‘파리 플라주(Paris Plage·프랑스 파리 센 강변을 인공 해변으로 꾸미는 행사)’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행사 날짜에 집중호우가 예보되자 서울시는 이달 11∼13일로 일정을 변경했다. 그러자 행사 비용 5억 원 전액을 부담하기로 한 민간업체 측이 “(11∼13일은) 휴가 성수기가 지나 사람이 많이 찾지 않을 수 있고, 기업 광고나 후원도 줄었다”는 등의 이유로 아예 행사를 취소한 것이다.

잠수교 백사장은 색다른 도시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지만 ‘전시성 행사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한강다리 중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가장 많은 잠수교를 하루 이상 전면 통제한 적이 없고, 통제 대책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민간업체의 취소 요청을 시가 그대로 받아들여 결정한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터 슬라이드 이용권(1만 원)을 구매한 이모 씨(40)는 “시에서 하는 행사라 믿고 샀는데 민간업체의 수익성을 염려해 갑작스레 취소한다니 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워터 슬라이드를 예약한 시민은 전화(02-2202-1733) 또는 홈페이지(www.slidethecity.co.kr) 등 예약처에서 환불 신청을 하면 된다. 카드 결제 건은 자동으로 일괄 취소됐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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