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첩보-수사정보 보겠다는 민간 ‘경찰개혁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5일 03시 00분


내부 정보망 10여개 열람 요구 논란

민간인으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각종 범죄 첩보와 수사 정보 등이 보관된 경찰 내부 시스템의 열람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올 6월 출범한 개혁위는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이 인권보호 등 내부 혁신을 위해 대학교수와 법조인 등 민간인 18명을 위촉해 만든 자문기구다.

1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개혁위가 열람을 요구한 시스템은 범죄첩보분석시스템(CIAS)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 등 10여 개에 이른다. 대부분 담당 경찰 등만 접근할 수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개인정보와 수사정보를 민간인이 들여다볼 경우 법 위반 소지와 함께 정보 누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개혁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범죄와 수사, 일반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려는 취지”라며 시스템 열람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민간인 사찰이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 등 위법적 행태를 감시하겠다는 것.

경찰 내부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경찰 수뇌부는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간 간부들과 실무 경찰관들은 “초법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개혁위원들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않으면 경찰의 개혁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 실정법상 문제만 없으면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자료를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현장 경찰관들은 시스템을 소개하고 운영 원리를 설명하는 건 가능하지만 수사나 범죄 첩보 등 보관된 내용까지 공개하는 건 현행법 위반이라는 의견이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서 수사팀 간부는 “형사들도 자기 담당이 아닌 사건을 찾아보려면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민간인에게 불특정 사건 접근권을 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수사정보가 새어나갈 경우 수사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청장이 ‘촛불 비하’ 발언 논란으로 입지가 약해진 탓에 개혁위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민간인이 KICS를 통해 피의자 인적사항과 혐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 열람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은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전산처리된 수사기록을 제3자에게 무단으로 공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도 범죄 예방과 수사 등에 관한 정보는 비공개 대상이다.

CIAS와 PORMS는 열람 관련 기준을 명문화한 규정조차 없다. 그래서 경찰과 개혁위가 공개 여부를 놓고 더욱 팽팽히 맞서고 있다. PORMS의 경우 일선 정보관들의 정보 수집 및 보고 체계를 명시한 내부 지침이 3급 비밀로 지정돼 있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회의에서 개혁위와 경찰 핵심 간부들은 내부 시스템 열람 허용 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일부 개혁위 위원은 “경찰이 시스템 공개를 거부하면 개혁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위 관계자는 “우리가 경찰 내부 시스템을 마음대로 들여다보겠다는 게 아니라 경찰과 함께 열람하면서 의심 가는 사항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련히 잘하고 있으니 믿어 달라는 식으로 (경찰이) 나온다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범죄첩보분석시스템(CIAS)
경찰청 과학수사센터가 운영하는 전자정보시스템. 수사첩보 작성부터 배당까지 전 과정을 관리.

::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경찰을 비롯해 법무부 법원 검찰이 공동으로 사건 관련 정보를 열람·활용하는 전자정보시스템. 각 기관의 수사·기소·재판·집행 관련 문서 열람 가능.

::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
경찰이 관리하는 전자 정보보고 시스템. 경찰이 수집하는 각종 정보를 입력, 관리.
 
조동주 djc@donga.com·최지선 기자
#경찰개혁위#범죄첩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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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추천 많은 댓글

  • 2017-08-15 09:24:39

    빨간 완장만 안찼다 뿐이지 하는짓은 똑같네...

  • 2017-08-15 12:21:21

    절대로 비밀은 지켜저야한다!. 절대금지'원칙을 준수하라!. 공개할 사항이 아니고 남에게 보여줄 사항도 아니다. 절대 반대, 반대, 반대, 반대!. 보여주는 순간 경찰은 무너진다.

  • 2017-08-15 11:27:40

    경찰개혁위원들이 대체 어떤 인간들인가? 그래 차라리 사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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